[2003/10/7]
[여행.레저] 암벽 등반


‘도대체 무슨 심산으로 자일에 목숨을 맡긴 채 벼랑을 기어오를까.’ 아래에서 목이 아프도록 위를 쳐다보며 가져본 생각이다. 물론 오르지 않는 자가 어찌 위에 선 이들의 깊은 속뜻을 알까.

외줄 인생, 벼랑 끝. 험준한 인생길을 빗댄 것은 아닐는지. 두 손과 발에 힘을 주며 절벽을 오르다보면 벼랑 끝에서 외줄을 타고 있는 것으로 여겼던 자신의 삶이 가을처럼 풍요롭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때문에 한 뼘씩 온 힘을 다해 기어오르고 또 오르는 것일 게다.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손으로 바위 벽의 틈을 비집고 몸을 의지할 곳을 찾아보지만 쉽지 않다. 땀에 흠뻑 젖으면 그래도 기분은 정상이다.

멋대로 생긴 자연암벽 어느 곳에 발을 디딜지, 어느 곳을 손으로 잡아야 할지 난감하다. 손가락 하나가 겨우 들어가는 구멍에 온 몸을 의지한 채 암벽을 올라야 한다.

구멍을 찾았나 싶으면 팔에 힘이 쭉 빠져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다. 겨우 올라왔는데 정상을 눈 앞에 두고 다시 내려와야 한다. 이런 상황을 수차례 반복하다보면 성공이 기다린다. 이것이 끝은 아니다. 또 다른 난이도의 암벽이 산 사나이를 부른다. 끝없는 도전의 연속이다.

# 암벽등반을 잘하려면

육체적인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암벽등반은 불가능하다. 힘이 절대적이지만 정신적, 심리적 단련도 필수항목. 안정이 요구된다.

자신감을 갖고 암벽을 올라야 한다. 등반 중에는 침착함과 신중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고소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신감을 잃어버린다면 실패는 당연한 일. 암벽등반을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육체적인 힘을 기르고 등반기술을 잘 연마해야 한다.

유연성이 좋으면 등반기술을 적용하는 데 힘이 적게 들고 훨씬 쉽게 암벽을 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하체 유연성이 떨어지면 높이 있는 곳에 발을 올려놓지 못한다. 다리를 넓게 벌리지 못하면 그만큼 팔에 의지해야 된다. 허리와 다리, 어깨의 유연성이 좋으면 이동할 때 의지할 곳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어 힘이 덜 든다.

암벽등반시 균형 유지도 큰 몫을 차지한다. 체중을 발이나 팔로 적절하게 분산시키거나 한쪽으로 유지하는 요령이 빨라야 한다. 균형유지에 신속하지 못하거나 이를 무시한다면 기술 적용에도 부담이 많다.

암벽등반을 쉽게 설명하면 3지점에서 4지점, 다시 3지점, 4지점 순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암벽을 오르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지점은 4지점이다. 손과 발을 합해서 4개의 지점 중 3지점으로 지탱하고 나머지 1지점인 손이나 발을 움직여 의지할 곳을 찾는다. 이때 3지점은 중심유지 작용을 한다.

# 장비

모든 레포츠가 그렇듯이 안전수칙 준수는 필수다. 암벽등반은 자일, 안전벨트, 카라비너 등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욕심내지 않고 안전수칙을 지키면 위험은 거의 없다.

암벽등반에 필요한 장비는 20가지 이상이다. 기본적인 장비를 구입하려면 100만원 정도 든다. 대표적인 장비들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자일= 추락시 안전을 지켜주며 등반 후 내려올 때 사용한다. 보통 8∼12㎜ 굵기의 40∼100m 길이 제품들이 주로 사용된다. 등반자의 등반양식, 벽의 길이, 목적 등에 알맞은 굵기와 길이를 골라 써야 한다.

△안전벨트= 말 그대로 등반자를 보호해주는 필수 장비. 추락할 때 생기는 충격을 흡수한다. 가슴부분에 착용하는 상단벨트, 허리와 엉덩이 부분에 착용하는 하단벨트 등 두 종류가 있다.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하단벨트가 가장 많이 사용되며, 일반적으로 이를 안전벨트라 한다.

△카라비너와 퀵드로= 카라비너는 등반자가 확보물과 로프 등을 안전하게 연결할 수 있도록 해준다. 쇠고리 모양으로 O형, D형, 잠금장치 카라비너 등 종류가 다양하다. 퀵드로는 카라비너 두 개를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암벽화= 바닥이 탄력있는 고무로 돼있어 바위면에서 마찰력이 뛰어나다. 등반시 바위를 딛는 발에 체중을 실어주게 된다. 바위나 등반의 형태에 따라 다양하다.

△헬멧= 낙석이나 낙빙을 막아주며, 추락시 머리를 보호하는 용구. 등반을 준비할 때부터 등반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꼭 써야 한다.

△초크통= 탄산마그네슘으로 만든 초크는 손에 나는 땀을 흡수해 미끄러짐을 방지해준다. 초크를 담아 허리에 차는 장비가 초크통이다.

# 배울 수 있는 곳

바위를 올라갈 때 손과 발은 물론 전신을 사용해야 하므로 암벽등반을 하면 균형된 신체를 만들어 주며, 심폐기능의 발달에도 좋다. 칼로리 소모가 많아 성인병 예방에도 좋은 만큼 ‘스파이더맨’에 한번 도전해보자.

암벽등반은 얼마나 높이 올라가느냐보다 얼마나 어려운 루트를 통해 올라가는가에 가치를 둔다. 암벽등반은 기술과 안전장비가 조화를 이뤄 남녀노소가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레포츠다.

전문교육기관에서 기본기부터 착실하게 배워야 한다. 3∼4주 노력하면 누구나 암벽을 정복할 수 있다. 물론 꾸준한 체력훈련과 연습이 계속돼야 한다.

대구등산학교(www.dms.or.kr·053-257-8804, 351-3803)는 오는 20일까지 장년반을 모집한다. 정규반은 연 3회, 암벽·동계·장년은 연 1회씩 모집한다.

운경등산아카데미(053-605-3679, 605-3636)는 연 4회(3·5·8·10월) 접수가능하다. 대구파워클라이밍센터(www.powerclimbing.org·053-743-8850, 802-8850)는 접수만 하면 언제든지 배울 수 있다.

/이승형기자lshyung@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