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 사 보 기 ***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다산의 생각이었습니다.

문제는 잘못을 저지르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저지르고도 뉘우칠 줄도 모른다면 일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뉘우치기만 하고 또 반복해서 잘못된 일을 행한다면 그때는 더 심각해진다고 여겼습니다.

“사람에게는 형기(形氣)가 있어 비록 상지(上智:가장 뛰어난 사람)라도 잘못이 없을 수 없으며, 성인(聖人)이냐 광인(狂人)이냐는 오직 뉘우칠 줄 아느냐 모르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주공(周公)이 말하기를 ‘어떤 광인도 뉘우칠 줄만 알면 성인이 될 수 있고, 아무리 훌륭한 성인이라도 뉘우칠 줄 모르면 광인이 되어버린다.” (唯狂克念作聖 唯聖罔念作狂) 라는 다산의 주장입니다.

다산은 자신의 중형(仲兄) 정약전(丁若銓)을 너무도 존경하며 따랐습니다. 먼먼 흑산도에서 귀양살이하는 형을 그렇게 그리워하며 못 잊어 하면서 지냈습니다. 귀양살이 떠나기 전, 고향에서 함께 살던 시절에 정약전의 호(號)가 ‘매심재’(每心齊)였는데 그에 대한 기(記)를 지으며 했던 내용들입니다. 손암(巽庵)이라는 호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서재의 이름으로는 ‘매심재’라고도 했나봅니다.

‘매심’(每心)을 합하면 회(悔)라는 글자이므로 ‘뉘우친다’라는 뜻이 된다는 것입니다. 극렴작성(克念作聖)의 염(念)자도 생각의 뜻만이 아니라 뉘우치고 후회한다는 뜻으로 해석하여 ‘염’과 ‘회’를 같은 의미로 보았습니다.

“뉘우침(悔)이 마음을 수양하게 함은 분(糞)이 움(苗)를 키워주는 것과 같은데 분은 부패하고 썩어서 거름이 되어 좋은 곡식으로 배양해주고, 뉘우침은 죄나 잘못 때문에 덕성(德性)으로 수양시켜 주는 것이니 그 이치가 한가지다.”라고 설명하여 형님과 자신이 잘못한 일은 깊이 뉘우쳐 다시는 반복하는 일이 없자고 다짐했던 글이 ‘매심재기’의 내용입니다. 그런 천재 형제들이 뉘우치고 반복하지만 않으면 올바른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했거늘, 범인들이야 뉘우침 없이 제대로 살겠습니까. 뉘우칠 줄 모른 세상 사람들, 다산의 말씀을 음미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