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무게에 짓 눌려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오던 어느 날
40대 후반에 찾아 온 건강의 적신호~
아래로 내려다볼라치면 남산만한 배에 가려 발이 어디로 숨었는지 보이지 않고,
고지혈증, 고혈압, 높은 간 치수............
소위 말하는 성인병을 달고 다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휴일이면 배낭을 챙겨서 앞산, 동봉, 비슬산, 등등.......
가까운 산을 찾기 시작했는데,
가까운 산도 한두 번이지 여러 수십 번을 다니다 보니 슬슬 재미도 떨어지고,
가 보지 못한 산에 대한 동경심이 생길 즈음
가까운 지인(산, 내, 들 산악회 홍보부장 김 성도님)으로부터
산, 내, 들 산악회를 소개 받았다.

게스트로 참가한 첫 산행 날 아침
버스 안에서 산대장님이 나누어 주시는 산행지도와
봄, 가을에 특히 저체온 증으로 많은 사고가 발생한다는 말씀과
복장의 중요성에 대한말씀을 듣고는 나를 돌아보니 청바지에 면 티셔츠에
하여튼 땀을 팍팍 흡수 잘~하는 면으로만 치장을 하고 온 것이었다.
그때 까지만 해도 산에 갈 때는 청바지가 최고인 줄 알았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위험천만 난센스였던 것이었다.
그날 처음으로 땀을 배출하는 기능성 등산복에 대한 정보를 듣고
지금까지 얼마나 무모한 등반을 했나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의 게스트 등반 후 정식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산내들 규약에 의해
년 내에 대등 장년 반을 수료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처음엔 산에만 따라 다니면 되지 꼭 수료를 해야 하나 하는 의구심으로
마지못해 장 17기에 입교하게 되었다

그냥 등 떠밀려 들어온 등산학교
1주차 팔공산 시설지구에서 내 인생 전환점이 시작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동기들과의 끈끈한 정도 쌓으며 자연에 동화되어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등산예절, 기술, 산 노래 등등을 아기가 첫 걸음을 옮기 듯 하나하나 배우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체험을 했다

봉사정신으로 똘똘 뭉친 훈련부의 열성에 감탄 감탄 하면서
모든 강사분이 바쁘신 가운데도 자기 기술과 상식을 전수하시는데
부지런히 배우고 실습하면서 점점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다

장년 4주 교육은 산에 대해 누구나가 기본적으로 행해야 할 기본예의
휴지 버리지 말 것 음식, 과일 안 버리기 수목을 회손 하지말것
큰 소리 치지 말 것 (산짐승 놀램)좁은 산길에서 양보
악우를 만났을 때 "반갑습니다" 인사법 등등…….
모두가 기본예의지만 실천에는 무척 망설여지는 것들인데
이것을 우리 대등인의 교훈으로 삼아 비록 4주차 교육이지만
실천하는 산악인의 한 사람으로 지금도 거듭 나고 있다






다시 대등의 동계반 모집에 쉰을 넘긴 나이에 훈련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지만
젊은 사람 못잖은 산악인이 되고자 한 점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내 인생의 새로운 체험을 위해서…….
동계 반은 장년 반에 비해서 이것저것 장비 구입비가 만만찮게 들었다
그러나 산에 오르며 호전된 건강을 생각하면 아파서 병원에 갖다 바치는 것 보다
경제적이라는 생각에 아까운 생각 않고 최고의 장비로만 뽑아서 팍팍 긁었다
나만을 위해서 사용한 첫 번째의 거금지출 이였던 것 같다

사실 나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공황증세가 있었는데, 치료 후에도 좀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지 못하는 고소 공포증은 사라지지가 않았다
바위라든가 좀 힘든 구간은 항상 우회하고
그나마 우회로가 없으면 옆지기 마눌 손이라도 잡아야 마음이 안정 되는 놈인데
외줄에 생명을 걸고 빙벽에 매달려 위로 오른다는 것이 얼마나 큰 모험이었는지…….
나와의 한판 싸움이었다.
생전 처음 바일로 얼음을 찍으며 아이젠으로 빙벽을 차면서 확보하고
한 치 한 치 위로 오르며, 가슴은 쿵쾅쿵쾅 뛰며 조여들고 두 다리는 덜덜 떨면서
내가 왜 이리 고생을 사서 하는가 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충동이 있었지만
우리 교육생들을 위해 애쓰시는 훈련부를 생각하며 또한 새로운 체험도 못해보고
여기서 포기하면 고소공포증도 영원히 따라 다닐 것이라는 생각에 이를 악 물고
공포증과 싸워갔다

청송 얼음골에서의3주차 교육은 설 얼은 빙벽에 낙빙이 심하여 조심조심 하며
공포심으로 제대로 올라보지도 못하고 훈련부와 동기들에게 마음고생 많이 시키며
교육을 마친 것 같고.........

4주차 마지막 교육은 동창회 임원진과 함께 설악산 토왕폭으로 정해졌다
그날 기상 특보로 입산 금지가 되어 훈련부의 번뇌하는 뒷모습을 보고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꼈다
12명 훈련생들을 이끌고 칼바람 칠흑 같은 어둠에 어디 가서 비박을 하나 걱정을 했었는데
이리 저리 이동하다가 계곡에서 20cm눈을 발로 다져서 텐트를 치고 침낭에 들어가
누우니 별 걱정이 다 드는 것이었다.

잠든 사이 눈이 많이 와서 텐트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 하면서 잠들었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기상 훈령에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키만 한 배낭에 4인용 텐트까지 동여매니
무게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발목까지 차는 눈길 계곡을 몇 번을 미끄러지며 오르다가 어느 지점에 다다르니 몇 년 전
경대산악회학생들이 눈사태로 사고가 난 지점까지 왔다
그 곳에서 먼저 간 젊은 악우들을 위해 묵념을 하고 사방을 둘러보니 깎아지른 절벽 협곡에 겁이 덜컥 나고 눈발이 날리니 불안한 마음으로 토왕폭으로 향했다

안자일 형식으로 연결을 해서 토왕폭으로 오르면서 눈 속에 넘어지면 당겨주고 이렇게
하다보니 두려움도 잠시 잊고 동심으로 돌아가 웃을 수 있는 여유로움도 찾았다
빙질이 좋지 않아서 토왕폭 빙벽을 오르진 못했지만 눈 속의 설악 훈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체험이었다.

대구로 향하는 길에 선배 동문님의 배려로 주문진에서 싱싱한 회로 배를 채우고
힘들었지만 즐거운 추억거리를 만들고 온 설악산 4주차 훈련이었다.





얼마 후 청송군 주최 대등이 주관한 제 1회 청송전국빙벽대회에 선수로 참가하여
고수들의 등반기술과 체험담을 듣고 새로운 빙벽의 세계에 눈 뜨게 되었다
낙빙,앙카,탠션,하강…….
콧물이 흘러내리는 강추위 속에서 동기들과 빙상 설상 비박하며 별을 헤이던 밤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무심히 흘러 그 날의 고통이 지금은 추억으로 승화되어
찌익 찌익 얼음 찍는 소리가 그리워진다.

다시 1월이 기다려지는 계절이다
겨울 스포츠의 꽃이라는 빙벽대회 ~
젊은 사람도 쉽사리 도전하기가 망설여진다는 스포츠를 내가 할 수 있다는데
자부심을 갖고 즐겁게 도전하는 마음으로 배우고 싶다

빙벽을 하면서 동기 분들에 의해서 암벽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누누이 들어서 알았기에
금년 5월 암벽 반에 들어가서 다시 4주 교육을 마치고 여름 내내 바위의 새로운 맛을
경험하게 되었다
동계반 동기이시며 산행대장이신 조 기동님과 팔공산 병풍바위,이백리길,탈래반등
우두산의 실크로드 신불산의 스리랑릿지등등..
어떻게 불볕더위를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지난여름을 바위와 함께 한 것 같다

산행 시에는 실천하는 대등인으로써의 긍지를 갖고 산행예절을 갖추며
바위를 보면 자일에 매달려 보고 싶고 빙벽을 보면 바일로 아이젠으로 찍고 차고 싶으니 …….
어느덧 고지혈증 날아가고 고혈압 떨어지고 간수치도 정상이고 건강검진에서 올 정상을
받은 지금 고소공포증 또한 사라지니 스스로도 놀랄 만큼의 기량을 쌓았고 성취감과 자부
심으로 일상에 임하고 있으니 1년 만에 이룩한 쾌거라 아니 할 수 없다

“인연과 인연으로 엮어 그물이 되니 그 인연을 소중히 하라”시는 어느 큰스님의 말씀처럼
대등인의 인연을 각별히 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사로운 것부터 실천하는 산악인으로 거듭 나기를 다짐해 본다.

저에게 인연을 주신 대등인 에게 감사를 드리며
대등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대등 파이팅!

김 광수님 약력

장년 17기
동계 19기
암벽 2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