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길

길이 없던 곳에 비포장도로가 생기고
마음을 등한 비웠던 곳에 산사랑이 피어나
격랑의 파도를 헤치고 나온 끝의 산행에서
가난을 양식삼아 수태골 초입에서 울었다.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전진할때 마다
탁,탁,탁
명줄을 끊어 놓을듯 정신없이 다가서는
중력, 거역할 수 없는 고통으로 하여
바윗골 야영장 초입에서 휘청거리는 심장.

얼마나 기다렸던가 다시 오르기를
새록 새록 접어드는 추억의 그 길을
바람소리에 잠못드는 단풍나무의 울음처럼
거센 물결사이로 섬짓하게 일어나는 육중한
옛산행의 기억들로 하여금 눈물짓는 달밤이었다.

다시 서려 하여도 늘어난 몸무게가
주목송처럼 산을 가로막아 서 있고
생명으로 환생한 산과 바다는
가족이 된, 피붙이로 하산을 종용하는데.

내 작은 열망을 담아 산이라 하였건만
한번 먼길을 떠난 뒤라서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사람들이 잊어진 뒤라서 더더욱 어렵다.

한번 가면 좀체로 돌아오지 못한 시간의 흐름을
한사코 마음먹고 건넜으니
다시 돌아가서 옛산행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여도
다시 가려고 하는 이 산길이 너무나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