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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수는
갈증을 느꼈다,
늘 하던 습관대로 머리맡을 더듬었지만
손에 쥐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평상시에는 늘 머리맡에 커다란 물 주전자가 놓여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더듬어
반쯤 몸을 일의킨 자세로 주전자 꼭지를 입속에 집어넣고 꿀꺽꿀꺽 하는게
습관화 되어 있었다.
그릇에
따라서 마시는 것 보다 훨씬 편하였다.
다시한번
손을 휘둘러서 주변을 만지작 거려도 차겁고 묵직한 감각은 없었다.
"엄마!
물 좀도! "
캄캄한 구석에서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방문 열리는 소리가 나면서
신발 끄는 소리가 났다.
멀리서
꼬끼오! 하는 장닭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질그릇 뚜껑 조심스럽게 닫기는 소리가 나더니 방문쪽으로 신발끄는 소리가 다시 다가왔다.
엄마! 무 물물!
빨리 좀다고!
캄캄한 어둠속에서
찹질한 사기그릇의 감각이 느껴지고
입곁에 물그릇이 다다르자 번개같이 낚아 채고서는 단숨에 마셔 버렸다.
"아이고 시원타!"
그말과 동시에 창수는 도로 몸을 모로 뉘었다.
갈증을
느꼈던 목 구멍이 탁 터지면서
말할 수 없는 청량감이 사지로 퍼져나갔다.
꼬끼오! 꼬끼오! 연이어서 닭우는 소리가 들리고 창수는 기분좋은 단잠속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어렴풋이 꿈결에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낮선 이방인의 것처럼 들려왔다.
+ + + + +
바닷가
도로를 따라
해변가 산기슭에는
가을이 만발하였다.
어쩌다 끊어진 꽃무리속에는 작은 소로가 나있고 동네로 들어가는 입구를 알리는 제법 큰 돌덩이가 놓여져 있었다.
하늘거리는 실바람에 몸을 맡긴 코스모스는 가을의 멜로디를 격정적으로그려내고 있었다.
바다는 잔잔한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갈매기는 음악에 맞춰 아름다운 몸짓의로 서정시를 토해내고 있었다.
해는
이미 늦은 오후를 가리키고 있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한쌍의 젊은이가 멈춰선곳은 부두에서 좀떨어진
인적없는 허름한 식당이었다.
간판이 달린지가 10년은 넘어 보였다.
식당안은 좀 지저분해 보였다.
메뉴판에는 동태찌개 김치찌개가 크게 쓰여 있었고 밑으로 휘갈긴 글씨로 몇가지의 음식 종류들이 적힌 종이 바탕에는 파리똥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배가 고픈데 우리 점심겸 저녁이나 먹읍시다."
"예! 그라이소!"
지저분한 자리도 마다않는 여자의 스스럼없는 태도가 창수에게 호감을 가게 만들었다.
창수는 약간 남은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주가 제일이라고 생각했다.
메뉴판을 다시금 쳐다봤다.
삼백원 이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 동태찌개 하나하고 밥 한그릇씩 하는게 어때요?"
"예? " 다른 생각을 하는 듯 했다.
"그라입시더!"
여자는 순간적으로 말이 잇어지지 못하고
얼떨떨해 있었다.
꿈속을 헤메이는것 같았다.
마치
오래동안 헤어져 있던
연인을 만나서 현실확인을 하고 있는것처럼 보였다.
매우 자연스러운 동작이 뒤따랐다.
스스럼없이 벗어놓은 신발을
마루에 가지런히 정돈하여 두고
방으로 들어와서는 만면에 비할수없이 행복한 미소를 나타내고 있었다.
다방에서의 부자연스러운 몸짓과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도 잊어버리고
창수의 곁에 있다는 것만이
존재 그 자체로 생각하는 듯 했다.
아까
하늘에 떠있던
뭉개구름이 차차 흐려 지더니
한줄기 비바람을 몰고 오면서 일순간 캄캄해지더니 우르릉 우르릉 거리는 천둥소리와 후두득 후두득 거리는 빗방울이 마당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가롭게 모이를 쪼던 닭들이 우르르 처마 밑으로 모여 들면서 낯선 이방인 두사람을 멀뚱멀뚱 쳐다보더니 저히들끼리 토닥토닥 달구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동태찌개가 보글보글
소리를 내더니 김속에 묻혀 나오는 구수한 냄새가
늙어 뭉그러진 이집 주인 아줌마의 인심 같이 창수의 코끝을 후비고 들어왔다.
창수는
제법 취해 있었다.
평소에 말이 별로 없다가
술만 취하면 제법 말이 많아 지는게 창수의 성격이다.
"말자씨 저는 안 있습니까!
우리 큰누나를 제일로 좋아 합니다."
"왜 큰누나를 제일 좋아 하는데요?"
"제가 아버지를 일찍 여위어 거던요!"
"아까 좀전에 그 얘기는 들었심더!"
여자는 창수의 말에 한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말동무가 되어 주었다.
또 냄비 속에서 동태의 살점 부분을 골라내고 창수 밥그릇에 잘게 뜯어 소복소복 얺어 주면서 한편으로는 소주잔이 비는대로 잔을 채워 주었다.
대부분의 여자는 술마시는것을
싫어 하는데 이번 만큼은 예외인것 같았다.
창수는
처음으로 맞선본 사람중에서
가장 편하고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못생긴 여자 얼굴이 차차 창수의 취해 오르는 취기만큼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했다.
"말자씨 우리 큰 누나는 뭐든지 내게 잘 대해 주지요. 어떤때는 귀찮을 정도로 야야 그거는 하면 안되고 옷을 입을때는 단추를 똑바로 꿰서 입어라 어디 가거든 술많이 먹지말고 일찍 들어오너라 담배는 끊는게 좋단다 오만 잔소리를 하지요."
"창수씨 그라면 편하게 해주는게 아니잖습니꺼?"
"그렇지요
그러나 워낙
관심이 많다 보니 그렇지요.
저한테 누가 그래 해줄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래도 누부는 제가 어지간 한거는 떼만 쓰면 다 해줍니다.
회 먹고 싶다하면 강구 나와서 한바구니 가득 사와서는 왼손으로 회를 칩니다.
그러면 나는 초장갖다 놓고 곁에 않아 가지고 줏어 먹기만 해도 그게 그리 대견스러운 갑심더!"
"그럼요 사랑스런 동생이 잘 먹는데 안 귀엽어 할 누부가 있겠읍니까?"
말끝마다 여자는 창수의 손을 들어주고
창수는 저라고 하던 호칭이 나라고 자연스레 바뀌었다.
창밖에는 기분좋은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창수의 취기가 많이 올라 있었다.
후두득 거리는 빗소리가
어머니의 자장가 처럼 창수의 가슴속에 서서히 자리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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