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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땅땅!
촤르르르! 촤르르르!
공장안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망치로 두드리는 소리가 불협화음을 이루면서
귓전을 두드렸다.
다른 사람과 약간 떨어진 거리는 수화가 필요했다.
창수는 커다란 탱크안에서 용접을 하고 있었다.


매캐한 연기가
가득찬 온실같이 밀페된 공간속에서
작은 선풍기 하나가 약간씩 바람을 쏟아 내면서 창수를 지켜주고 있었다.
그속에서 창수는
연방 담배를 껐다가 다시금 불을 붙이는 일을 계속 반복했다.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연신 콧등을 타고 흘러내리고 코 끝에 도달하자마자 작업복 소매로 훔치고 있었다.


큰누나의 말을 되풀이 곰씹는 중이었다.
"야야! 이번에는 그만 눈딱감고 장가 가거래!
처자보이까 인물은 보통이더라 마는
마음씨 하나는 그럴수없이 좋아 보이더라! 그런 사람이 결혼만 해나노면 남편한테는 잘하게 생겼더라!
니가 촌으로 장가 가는게 좋다고 안 그랬나!
중매쟁이 말을 다는 못믿지마는 집안이 크게 안너르고 배운게 없어서 그렇지 먹고 사는거는 입에 풀칠할정도는 되고 마실앞에 큰냇가가 있는데 처자집이 바로 뒤에 있어서 당나무밑에 살평상만 한 개 깔아놓으면 온동네 사람이 다와가는 저녁으로 바둑도 두고 장기도 두고 그래 인심이 후하다 카더라!


그라고 니도 공고 댕겼다고 말은 해놨지마는 배운게 특별한게 있나! 동 사무소 서기라도 하는게 아이고 공장에 가가 힘들게 돈버는데 그런 사람이 니 한테는 딱 지격이데이!
또 엄마를 모셔야 되는것도 요새 가시나들이 누가 좋다고 하노!
그라이 창수야!
요분에는 어지간하거던 해 치워뿌래라!
중매쟁이도 니한테 요것조것 안따져 묻고 홀 엄마 있는거도 좋다고 하고
처자도 니를 좋아하는 눈치고
그쪽에도 올가을은 안넘기고 시집 보낼라 카더라! 창수야 마음 여무게 묵고 단디 자단해서 수일내로 전화해라! 알겠제!"


아까
창수는 사무실에 사장이 없는새 살짝 들어가서
물 한컵 마시는척 하면서 책상에 않아서 타자치는 미스김의 얼굴을 곁눈으로 한번 훔쳐보고서 지나가는 말투로 말했다.


"어이! 미스김!
열심히 해봤자 월급은 때가 되야 올려주지 그래 한다고 알아 줄사람 없으니 쉬었다 하이소!"
"어머 창수씨! 지난 일요일 선 봤다 하더니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 그거요! 별로데요! 와그래 어려운지! 미스김은 시집 안 갑니까?"
"저는예 돈 더 벌어 가지고 갈래요!"


잠깐 말하는 동안
창수는 예쁘고 날씬한 미스김의 얼굴과 체격이 임말자의 검고 콧대가 두루뭉실하고 뚱뚱한 몸매를 비교하니 도대체가 하나도 내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창수는
마음만 동동거릴 뿐이지 미스김에게 영화구경 한번 가자고 할 용기가 없습니다.
적어도 따라지 공고라도 나오고
번듯한 기술 자격증이라도 하나 있다면 말이나 한번 붙여 보겠는데
자격지심에서 그저 슬슬 몇마디 말만 꺼내보고 겉만 빙빙 도는 나약하고 감상적인 성격 탓입니다.


창수의 마음속에는
늘 자기 또래의 머슴애들이 매끔한 양복에
007 가방을 들고 다니고 회사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녀석들만 보면 주눅이 드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런 버릇이 군대 갔다 온 이후로 더 심해진 것입니다.
창수의 손등은 곰보입니다.
용접 불똥이 떨어져
손등은 빠꿈빠꿈한 자국이 어지럽게 나있어서 손을 노출 시킬때는 남의 시선이 보이지 않는 곳에 손을 둡니다.


왜냐하면
공돌이라고 표시를 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창수는 버스만 타면 제일 먼저 쳐다보는게 다른이의 손등입니다.
그다음에는 손에든 가방의 종류 또 옷차림에서 공돌이의 냄새가 나는지 안나는지
여부와 상대가 말할때는 문교부에서 비싸게 살포한 시커먼 먹물을 얼마나 마셨는지의 등등 따위가 그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구실을 합니다.


예를 든다면
얼굴이 약간 못생긴 여자라도 옷매무새가 세련되고 고상한 냄새가 나면 은연중에
그 여자 앞에선 말하기가 무척 두렵고 오금이 저리지만
잘 생긴 여자라도 옷차림이 검은 마이로 쪽빼고 굽높은 힐을 신고 껌을 쫙쫙 씹으면서 요란스레 자기과시를 나타내는 여자는 무조건 공순이라고 단정지우고 어떤모임에서건 이런 여자와 얘기 할때는 창수의 비싼 유식이 으레히 튀어 나오곤 합니다.


미스김과의
관계도 이런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읍니다.
그는 미스김이 현실적으로 무척 풍부한 인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녀와 대화 할때의 마음의자세는 상위개념의 값비싼 공주를 만나고 있다고 염두에 두고 말합니다.
그러니 그녀와 관계는 항상 평행선만 그으니 교차로가 없는셈이지요.


그렇다고
그녀에게 순순히 굽히지는 않습니다.
그는 말끝마다 D시 일류공고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포항제철 인사과 김대리가 자기와 동기생인데 그 친구는 학교에 다닐 때 시험칠때는 늘 볼펜으로 창수 옆구리를 찔렀는데
그런 형편없는 자가 국영 기업체의 노른자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포항제철의 장래가
불투명하다고 기회가 날때마다 강조합니다.
그가 대학을 포기한건 그런 놈팽이만 다니는곳은 시간낭비이고 그시간에 열심히 일하는 것이
국가경제를 위해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곁들여 말합니다.
또 그의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집을 위해서 십자가를 지고 살아 간다고 빠뜨리지 않고 그녀에게 무척 강조하면서 얘기합니다.


그의 공장 사무실에는
대형 제도기가 놓여 있습니다.
기계를 설계할 때 모형도를 그리는 장치입니다.
그는 틈만 나면 그앞에 않아서 빽빽한 영문을 들여다 보며 설계가 잘못된곳만 골라서 지적을 하는데 그때는 미스 김이 반드시 좀멀리 떨어져 있을 때 혼잣말로 들릴똥 말똥

"야! 이거! 이러면 곤란한데! 이과장 설계하는거 보니까 아직도 멀었다! 멀었서!"

이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가우뚱 거립니다.
물론 영문해독을
잘 알고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미스김이 듣고 자기의 공고 수석을 인정해 달라는 메시지의 전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