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등반의 윤리적 고찰

엘마 와이블(Elmar Waibl)
인스브루크대학 철학과 교수

존 크라카우어(Jon Krakauer)의 유명한, 에베레스트에 관한 책 ‘희박한 공기속으로(원제 : Into Thin Air)’ 에 보면 어떤 등반가들이 죽어가는 다른 등반가들을 만나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그들을 알지 못했다. 아니, 우린 그들에게 한 모금의 물도 주지 않았다. 말을 걸지도 않았다... 그들을 돕기엔 우린 너무나 지쳐 있었다. 8000m 이상의 지역은 인간이 도덕성을 가질 여유가 없는 곳이다.”

이 같은 발언은 우리를 화나게 하며 이런 질문을 던지게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고산등반은 무엇을 가져다주는가? 우리가 산에 오를 땐 진정 옳은 이상을 쫓고 있는 것인가?”

어린 시절부터 줄곧 산을 탐험해 왔지만(재능보다는 열정으로 인해) 결코 4000m이상은 한번도 오른 적이 없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이러한 질문을 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물어보는 것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저 평범한 차를 모는 사람들이 FⅠ자동차경주를 생각할 수 있는 것과 같이, 평범한 등산가들도 등산에 있어서의 FⅠ(Formula one)에 대하여 궁금해 할 수 있다(극한의 등산이 우리에겐 Formula One이다.). 아마 이러한 범주와 동떨어진 일부의 사람들만이 이러한 비판적 논의에 충분한 거리를 둘 수 있을 것이다.

등산의 윤리

등산에 있어서의 윤리적인 질문들은 극한의 고산등반이 감히 죽음의 지역으로까지 이르기 오래 전부터 대두되었다. 수많은 근본적인 질문들은 비단 높이에만 관련된 것은 아니다. 이것을 분명히 해두는 것은 등산의 윤리가 오직 고산등반에만 관계가 있다는 인상을 피하기 위해서 중요하다. 그러나 극한의 고산등반은 등산의 윤리에 새로운 질문을 던져 또 우리를 힘들게 한다. 게다가 고산등반에서의 일련의 사건들과 추세들은 윤리에 관한 논의(토론)에 새로운 타당성을 부여해주고 있다.

초기부터, 등산은 중요한 윤리적 가치(특징, 특성..)를 내재하고 있다고 믿어졌다. 특히, 등산은 자연에의 심미적(審美的) 경험과 관련한 개인적인 성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동시에, 문제가 되고있는 몇 가지 질문들도 이미 이때부터 대두되었다.

세기가 바뀌자 곧, 등산이 단순히 현대의, 도시의, 자동화된 삶으로부터의 도피인가 하는 이슈가 대두되었다. 비판가들은 등산을 주말동안의 더럽혀지지 않은 자연으로의 도피라 보았다. 단순히 일상의 실제문제들에 등을 돌림으로써 이상적인 세계를 창조해내고, 그리고는 그들의 해결책에는 기여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게다가, 등산활동에는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순도 있었다. - 비록 등산가들이 억압적이고 넌더리나는 도시세계를 뒤에 남겨두고 떠나고자 함에도 불구하고, 알피니즘을 지향한 산악활동은 실제로는 그 이행에 대한 스트레스, 경쟁의식, 그리고 일상에서의 위신의 추구와 같은 것들을 벗어나지 못했다. 어리석게도 등산은 종종 여가시간을 이용하여 똑같은 식으로 반복되곤 했다.

세계대전 동안에는 등산과 군국주의의 접촉이 또 다른 의문의 주제가 되었다. 이후 대량관광(mass tourism)의 초기에는 알프스의 경제적인 정복이 질문이 되었다. “그들은 그들이 무었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라고 하는 성경구절의 의미와 같이 등산가들이 등산의 모든 부정적인 면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오직 부분적으로만 정당화된다. 등산에 대한 많은 비판적인 생각들이 계속하여 등산가들 자신에게서 나왔다. 등산에 대한 이러한 초기의 윤리적 관심들은 우리시대에는 극한의 고산등반 분야로 이어졌다.

매체 이벤트와 모험산업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는, 알고있다시피, 고산등반이 매체 이벤트(media event)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그것에 대해 전혀 알 수가 없었다고 느낄 뿐 아니라, 매체의 반향(反響)이 자기 미화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등반의 한 일부분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극한의 등반가들은 종종 자아(自我)에 문제를 가진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지기 위해 이기적이면서 또한 아첨꾼의 기질도 가지고 있다는.... 가끔은 마치 그들의 진정한 목표가 산의 정상이 아닌 뉴스의 머리기사인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하면 네팔이나 그 이웃나라에서 주로 활동하는 등반스타들이, ‘네가 보여줄 께’ 라고 내뱉는 그런 전시 효과적인 말들은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한다. 하지만, 그곳 불교국가에서는 자아에 내재하는 허영심의 초월과 무아의 상태를 가장 이상적으로 보고 있다. 위대한 등반가들의 우스운 라이벌 의식이나 질투심을 보고 있자면, 최고봉들을 정복하는 것이 한 인간의 특성을 더 낫게 발전시키는 건 아니라는 사실에 슬퍼진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아주 성숙된 인간이 아니라, 단지 모래밭에서 서로 다투고 있는 어린아이들로만 여겨진다.

위대한(전문적인) 산악인들의 세계는 거의 예외 없이 스타 숭배(예찬)의 모든 룰을 가지고 있는 스타 중심적 세계이다. 다른 미디어 세계와 모험 산업의 영역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가 이같이 눈부신 스타들을 만들어내는데는 재정적인 이유도 있다.

모든 원정사업이 만만치 않은 돈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고산등산과 같은 일은 매체를 통한 마케팅 작업 없이는 실행될 수가 없다. 모든 스포츠에서와 같이 스폰서들은 승리자를 원하거나 혹은 적어도 파격적이고 선풍적인 사건들을 원한다.(죽음이나 비극은 상당히 적합한 소재이다). 세상을 놀라게 할만한 사건들의 제공자로서 고산등반가들은 이런 마케팅의 한 부분이 되고있다. 그리고 요즈음은 기술적인 요건들을 쉽게 갖출 수 있어, 미디어 산업은 고산지역으로부터 곧바로 자료들을 제공받고 있다. 이전엔 그곳에 산의 고독이 있었지만 요즘은 종종 그곳에서 정신없이 돌아가는 최첨단 프로덕션 스튜디오를 보곤 한다.

극한의 고산등반가들은 자기 자신과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있다. 그는 문명화에서 뒤돌아 서서 산의 야생상태로 향할 때 “가고싶은 곳을 갈 자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건 마치 모험 산업에 있어 그 자신의 역할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자유를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억압(강제)이 이미 그 게임의 일부분인 것이다 - 좀더 볼거리가 될만한 퍼포먼스(performance)를 함으로써 그 자신을 토론에서 지켜내야 하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는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며 한계에 도전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그의 상품가치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Brecht은 간단히 말한다. “젊은 알렉산더 대왕은 인도를 정복했다. 그가 온전히 자기 혼자 힘으로 한 것인가? 시저는 게일족을 무찔렀다. 그에게 적어도 한 명의 요리사도 없었다고 할 수 있을까?” 고산등반의 진실 또한 뭔가 비슷한 것 같지 않나? “등반계(登攀界)처럼 속임과 사기가 많은 곳은 없다.”(이것은 ‘Direction and Misdirection of Alpinism' 회의에서 Sepp Friedhuber 가 한 말이다.) 등반가들이 오직 자기 자신과 자신들의 외로웠던 등반에 대해서만 이야기 할 때, 우린 그들이 스스로 미화한 외로운 영웅의 이미지가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왜냐하면 셰르파들의 도움과 준비, 그리고 장비・식량의 수송을 위한 포터의 도움이 없이는 그들은 베이스 캠프에도 도달할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도 '알파인스포츠(alpine sports)’에서는 의심되는 화학적 보충물(약물)의 사용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다.(기껏해야 비공식적으로 가끔 논의될 뿐) 클라이밍 스포츠에서는 약물검사도 하지 않는다.

금지된 약물의 복용은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러한 문제가(다른 인기 종목의 스포츠에서와 마찬가지로) 성공에 대한 압박의 한 부분에서 기인한, 부분적으로는 전체 시스템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성공에 대한 엄청난 압력과 함께 대중매체의 관심의 초점에 머물면서 수천만 달러의 후원금을 받는 전문적인 극한의 고산등반가들 뿐 아니라, 서로 경쟁하는 상업원정대들도 마찬가지이다. 정상(정복)을 위해 6000 달러를 지불했다면, 그 다음 당연히 그는 성공이라는 경험을 원할 것이다. 어떻게든, 그리고 무슨 수를 써서든 말이다. 또한 만약 필요하다면 힘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 인공적인 보조물(약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오늘날 누구라도 간단히 히말라야 원정을 예약할 수 있고, 등산이 존 크라카우어가 말한 “희박한 공기(thin air)"속으로 점점 집중되고 있기에, 상업원정대의 조직자들이 항상 완전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할 그들의 의무를 지키고 있는가에 따라 정직이라는 것이 문제화되고 있다. 새로운 사업이 처음 발생한 그곳에서는 등산의 윤리가 단순히 사업윤리의 일부분이 된다.

높은 봉우리들은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그것들을 판매하려는 모험산업의 판매물이 되어왔다. 그들이 팔고 있는 것은 위험, 즉 다시 말해 위험이 주는 매혹이다. 왜냐하면 문명화에 싫증이 난 고객들은 흥분제를 원하기 때문이다. 상업원정의 조직자들은 또한 가끔은 침묵하거나 또는 실제 남아있는 위험을 무시함으로써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만일 그들의 판매물에 대해 정직하게 공표한다면, 즉 판매 광고 전단지에 8명중 한 명은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고 싣는다면 결코 사업을 더 이상 번창시킬 수 없을 것이다. 정보 제공 책임의 한 부분은 바로, 고소에서는 가이드에게 모든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고소에서는 외부로부터의 구출이 거의 불가능하며, 또한 전문 가이드들조차 더 늘어난 시간동안 “죽음의 지역”에 머문 후 그들의 산행의 한계를 조종해야만 한다. 완전히 고객과 가이드 관계가 새롭게 되는 것이다.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하는 문제였는데 마침 좋은 글이 있어 옮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