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날 보다 조금 일찍 팔공산에 도착했다.
파계사에서 동화사로 가는 길에 단풍나무가 빨갛게 물들어 있다.
선명한 가을빛이 너무 아름답다.
다음 주가 팔공산 단풍이 절정이라는데 실기 마지막 날이라 더욱 멋진 산행이 될 것 같다.
일행과 맛있는 저녁을 푸짐하게 먹고 식당에서 주는 커피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커피와 신선한 공기를 함께 마시는 기분이다.
12일 O.L 실습날이다.
보복도로 거리를 체크해서 등산로 그리는 방법을 배웠다. 독도법에 대해서도 하나씩 더 알아가는 듯 하다.
이젠 O.L 실기만이 남아있다.
오리엔티어링이란 자연의 산야·숲 등의 코스에서 지도와 나침반만을 사용하여 몇 개의 정해진 지점(포스트)을 거쳐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을 겨루는 경기이다. 환경친화적 경기이며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함께 경기에 참가할수 있다는 것이 이 경기의 특징중에 하나다. O.L종류도 몇 가지(Foot-도보, Ski-스키, Mountain Bike-산악자전거, Trail-트레일)가 된다.
이것을 하기 위해서는 독도법이 전제되어야 하며, 지도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어디가 능선이고 골짜기 인지 기타등등...시간 단축을 위해 마라톤도 잘 해야 한다.
우린 가장 일반적인 foot O.L로 실제보단 훨씬 간단하고 쉬운 방법으로 실습을 하게 되었다.
오후에 실기를 앞두고 흐려져 있던 하늘에서 가는 빗방울이 떨어진다. 비가 많이 내려 실기를 할 수 없으면 참 많이 아쉬울 것 같았는데 다행히 시작전에 비가 그쳐서 실기를 할 수 있었다. 괜히 떨리고 또 못 찾으면 어떡하나 걱정도 되고 그런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왜 그리 맘이 급하든지. 코스를 체크하고 팀원과 열심히 뛰기 시작했다.
포스트를 찾아 헤매는 모습이 꼬마들 눈에는 보물찾기처럼 보였는지 신나겠다 한다. 이 나이에 보물찾기? 그래 보물찾기처럼 필사적이고 재미있다.
너무 쉽게 잘 찾았는것 같아 우리가 우수한 성적으로 들어가는건 아닌가 하고 내심 즐거워하면서 마지막 포스트를 찾고 골인지점에 들어갔다. 근데...벌써 몇 팀이 들어와 있다. 녹초가 된 모습으로.
우리도 겨우 숨을 고르고 기록확인을 기다리는데 이건 정말 충격이다. 실수를 많이 한 것이다. 다른 동기생처럼 나도 너무 성급하게 행동했나보다. 그리고 O.L에 대해 잘못 이해한 것도 있는 것이다. 허탈하고 부끄럽다. 어디 숨을 데 없나? 독도법과 O.L에 대해 잘 모른다고 나를 믿고 한팀이 되었던 동기분에게 미안할 뿐이다.
침착하게 해야 하는데. 하지만 한편으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서두르지 말자...한 걸음 늦더라도 다시 한번 생각하자~~~~산행에서도, 인생길에도...
왜 이순간에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라는 책 제목이 생각 나는지...
'빨리빨리 살면서 놓쳤던 삶의 의미,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이다.
-->'빨리빨리 뛰면서 놓쳤던 동그라미 안의 포스트, O.L의 진정한 점수와 즐거움을 발견하라...'
미뤄뒀던 그 책을 등산학교가 끝나면 차분히 읽어보는 시간도 가져야 겠다.
참 흥미로운 실기시간이고 좋은경험이었다.
배운 모든 지식을 직접 활용 할 수 있는 능력이 앞으로 쌓여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Pre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