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마치고 이마트 들렀다가 실기교육때 먹을 먹거리 사고는 귀가. 혼자 밥 차려먹고 텔레비젼 조금 보다보니 어느새 잠이 들었나 보다. 서늘한 한기가 들어 퍼뜩 잠을 깨보니 5시가 다 되어간다. 아앗. 서둘러 배낭 꾸려야해. 침낭과 매트리스와 그외 물건들이 이미 들어있는 배낭에, 찌게거리와 간식, 물, 그리고 렌즈 안경통, 방한복 등을 챙겨넣는다. 낮잠자느라 추운것도 모른채 그냥 있었더니만 콧물이 훌쩍훌쩍 몸이 으스스 떨린다.

배낭 챙기다가 우뚝 멈추다. 확 가지마? 으스스하고 썰렁한 집에서 혼자 휑뎅그레 서있는 배낭을 보니 왜 이리 서글픈거야? 토요일 느긋한 낮잠도, 일요일 새벽 혼자 산 찾아가는 설레임도 맛본지 오래야. 거의 모든 일상을 등산학교 일정에 다 바치는 셈인데.....확 가지마? 오늘따라 왜 이리 추욱추욱 처지는거야? 흐음

에잇...누구를 원망하냐. 내가 저질러놓고선. 가자! 가자! 이미 시작해놓은 일 끝까지 하자! 결자해지라....^^*

6시 넘어 집을 나서다. 이미 주위는 컴컴하니 어두워졌다. 105번 동화사행 좌석버스를 기다리다. 아양교에서 부는 바람 차갑지, 몸은 여전히 떨리지, 자다 일어난 탓으로 정신은 몽롱하지..이래가지고 실기교육 제대로 받겠나?

일단, 버스에 오르다. 버스에 올라타니 조금씩 기운이 난다. 어두운 창밖으로 휙휙 노오란 가로등불빛이 지나가자 왠지 떠나는 기분이 들면서 서글픔이 조금씩 없어진다. 오옷 마치 여행가는 기분인걸. 돈 버는 이유의 대부분이 여행과 산행이라고 생각하는 나! 기분이 점차 업되면서 심지어 유쾌해지다!

백안 삼거리 지나서는 좌석버스에 나 밖에 없다. 기사 아저씨, 버스를 마치 스포츠카 몰듯 한손으로 핸들, 한손으로 기둥을 잡은 채 핸들 빙글빙글 돌리며 가속페달을 꽈악 밟으신다. 오옷, 스릴 넘치는 걸 이라는 생각이 사라지기도 전에 뱃속이 울렁 하더니 멀미기가 느껴진다. 커브 돌때마다 버스가 넘어지는게 아닐까 싶더니 겨우 도착. 토하기 전에 서둘러 내리다.

집합지에 몇 분이 와 계신다. 울렁이는 속을 달래려 자판기 커피를 우선 마시다.

시간이 되어 실기교육 시작. 이번주 실기교육은 독도법과 릿지등반. 체조와 조금의 구보, 스트레칭으로 몸을 좀 풀고는 바로 야영지로 이동. 1주에 갔던 수수골이다. ^^* 또 화장실이 없어 다리운동 좀 하겠구만! 흐흐. 볼일볼때마다 초긴장상태로 주위를 살폈던 나, 바람에 나뭇잎 바스락 소리에, 솔잎 떨어지는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 어쩔줄 몰라하던 나! ^^* 또 그 광경이 나오겠구만!

수수골에 도착하니 사람 소리가 들린다. 누굴까? 여긴 등산학교 개발 야영지랬는데...가보니 정규반 선배들이다. 암벽반 21기도 수료했단다. 오옷. 바위까지? 지난주 암벽에서 버둥버둥 매달리고, 신발 벗겨져 주르륵 미끄러지던 광경이 또 생각나 혼자 웃음. 생쇼를 다했지 그때...

간단한 간식을 준비했다고 주시는데, 아이고 이렇게 받기만 해서 되겠나? 나도 베풀면서 살아야지 싶다.

텐트를 치고 간단한 간식. 추운 겨울밤 야참은 뭐니뭐니 해도 오뎅탕이지! 오뎅탕을 다섯명이서 먹고 그 국물에 다시 라면 끓여먹다. 오옷. 맛있어 맛있어. 역시 오뎅과 라면은 추울때 먹어야 제맛이야. ^^*

선배들이 주고간 검은색 은밀한 비닐봉지엔 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맑은 술 참소주가 몇병 있었는데 강사님은 내일 릿지등반이 정말 위험하다고, 체력 안되면 떨어져 죽는다고 제지를 하신다. 대신 소주 4병을 내놓으신다. 으아.. 서른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에게 소주 4병? 모두들 아쉬워한다. ^^*

12시가 다 되어 전원 취침. 침낭에 들어가니 푹신하니 에고 좋다. 오후의 서글픔은 간데 없고 혼자 흐뭇해지다. 자자, 푹 자야지 낼 또 교육받지 싶은데......옆 텐트에선 무슨 이야길 하는지 말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벌써 다른 곳에서 코고는 소리가 요란한데....몇번의 강사의 주의가 있고 또 다른 교육생의 항의가 있어도 말소리는 그치지 않고...(여자만 수다떠는줄 알았더니...^^*)

급기야 강사의 큰 소리!
- 전원 기상! 텐트 철거! 능선 집합!

모두들 웅성거리며 일어나다. 그 따뜻한 침낭을 말아서 다시 배낭에. 짐을 모두 챙겨넣고 서둘러 텐트 철거! 진짜 텐트 철거하는거에요 물어보니 모두들 어쩔수 없다고 시키는 대로 해야지 한다. 웅....혼자 속으로 설마 텐트 치우겠나 싶은데 모두들 텐트를 다 접어 가방에 넣다. 모두의 표정이 굳은걸 보니 속으로 아까 수다떤 팀 도대체 누구야? 하는 표정들이다.

능선으로 올라가다. 1주때 비상대피했던 능선보다 조금 더 윗쪽으로 집합. 대구 야경이 보인다. 하늘에 달도 밝다. 반달이 넘어 보름으로 가는 달이다.

단체생활에서의 주의점을 다시 교육 받고 야영지로 내려오다. 텐트 치지 말고 그냥 비박하란다. 비박? 으아.....

비닐 깔고 매트리스 깔고 침낭 깔고 들어가다. 밤하늘이 눈앞에 보인다. 별이 참 곱네. ^^* 비박하니 이런 점이 좋구나. 반짝 반짝 하늘의 별들. 저게 아마 황소자리 성단이지. 오리온 성운도 어딘가 있을텐데 나무에 가려 안 보이네....그야말로 별천지. 내가 잠에 골아떨어져있을 동안 밤하늘에선 저렇게 별들이 빛나고 있었구나.

별보다가 잠을 청하다. 생각외로 잠이 안 온다. 찬 공기가 정신을 맑게 해주나보다. 밤새 뒤척뒤척 잠을 못 자다. ^^* 아직 이런 걸 보면 비박하려면 아직 난 멀었구나 싶다. 흐음 이번주에 시내 가서 침낭 커버 살까? ^^*

또 도지는 등산장비 구입병! 올록볼록 점자 보도블럭보고 릿지화 밑창 떠올려 릿지화 사고, 쌀쌀한 바람 부니 큰 맘 먹고 휘발유 버너 사고...^^* 비박에 대비해서 침낭 커버 살까? 웅...그 생각으로 새벽까지 잠 못 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