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 잠이 들었나 혼자 헉! 하며 잠을 깨 시계를 보니, 기상시간이 다 되어간다. 부스럭 부스럭 이미 깨어서 일어나는 사람들도 있다. 에고 일어나야겠구나. 일요일의 달콤한 늦잠은 이미 옛날부터 남의 이야기라네.^^*

아침 식사 준비! ^^* 어제 산 골뱅이와 야채, 집에서 퍼다 온 된장(엄마가 자꾸 된장이 준다. 이상하네. 밥해먹은 흔적도 없는데 단지가 새나? 한다)으로 된장찌게도 버너에 올리고, 밥도 하고.

얼마안가 밥 되는 구수한 냄새. 야, 이 냄새 정말 좋아. ^^* 불이 빚어낸 예술품, 바로 밥이잖아~

모닝커피까지! 배가 든든하니 이제야 수수골이 보인다. 단풍이 수수골까지 내려왔네. 좋구나 좋아좋아!

세면하고 배낭 꾸려 독도법 교육장으로 이동. A 능선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이다. 오전 내내 독도법 교육! 중간 중간 쉬는 시간엔 복희님과 화장실 대탐험! ^^*

우리가 찾는 적절한 화장실이란?
1. 사람들의 발길이 없는 곳. 그래서 등산로나 오솔길 같은 길의 흔적이 있는 곳은 왠만하면 가지 않는다.
2. 적당한 엄폐물이 있을 것. 아무리 인적이 드문 곳이더라도 우리처럼 화장실을 찾는 이들이 있을 수 있으니 근처에 오더라도 적당히 몸을 숨겨줄수 있는 곳,. 바위 밑이나 큰 나무 밑!(하핫, 여기서 큰 나무들이 왜 저렇게 유독 크게 자라는줄 알겠지? 비료를 듬뿍 받고....^^*)
3. 교육장으로 많이 멀지 않는 곳. 잘못하다간 돌아오는 길 못 찾아 온 팔공산을 혜매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얼마나 쪽팔려? 길 잃어 탈진 상태로 겨우 교육장으로 돌아오면, 걱정하던 사람들이 도대체 어딜갔었어? 무슨일이야 물으면....저.화장실에 잠시..흑흑흑....... 이미지 관리해야지


복희님과 몇 번 화장실 다녀왔더니 다리가 뻐근하다. 보통 등산 거리보다 우린 늘 더 많아. 화장실 때문에..^^*

점심은 간단한 행동식. 과자와 양갱, 약밥으로 간단히 간단히. 역시 산에선 간단하게 끼니 해결하는게 젤 나아 라고 외치면서도 옆 조의 라면에 자꾸 눈이 간다. ^^*

배낭을 꾸리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하산주라도 하자, 정 바쁘면 목욜 수업 후 회식에 쓰지 뭐 그러면서 돈을 거두자고 한다. 조장이 거두어 총무(누구냐? 접니다!)뭐야 뭐야? 먹을꺼 다 먹어서 이제야 배낭이 가벼워지려는데 그만큼 돈으로 채워주겠다는거야? 에고.... 위험하다는 릿지등반을 체력이 아닌 돈(돼지 돈 아님!)힘으로 가볼까나?

자, 이제 출발1 릿지 등반. 릿지화 널 믿는다. 지난주 교동에서 산 릿지화. 사람들이 릿지화는 발에 딱 맞는거 사야한다고 그렇게 내게 일렀건만 어려서부터 헐렁하게 신을 신는게 버릇이 된지라,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한치수 큰 거 사다! 그거때문에 바위에서 신발도 벗겨지고 난리부르스였는데.....덕분에 바위에 서면 또 생각이 나서 미끄러질까 불안 불안. 그래도 출발이여!

능선으로 치고올라가 릿지 시작! 처음엔 불안했지만 발을 디딜수록 안 미끄러진다는게 실감이 나다. 오옷 의외로 재밌잖아.

열심히 기어오르고 바위와 바위 사이 쩌억 벌어진 틈도 까딱없이 건너뛰고...역시 릿지화가 아니라...............총무은 돈힘이여! 주머니 꽉 찬 만원 뭉치의 힘으로 붕붕 날다(저만의 생각입니다^^*) 회비 얼른 내세요~~~

잠시 쉬는 틈에 흘깃 릿지화 바닥을 보다. 도대체 어떤 고무로 만들었길래 신통하게 안 미끄러운 걸까 싶어 보니....오옷 mad rubber라고 적혀있다. 미친 고무? 하핫!

어젯밤 수수골에 간식주셨던 암벽반 선배님들도 암릉에서 다시 뵙다. 여기가 이백리라구요? ^^* 들어도 뭔말인지 모르지만 일단 진지하게 끄덕끄덕

침니 구조 도착. 두개의 바위틈이 1미터 가량 벌어져있다. 여길 내려가야 한다. 배낭은 미리 우회로로 두고 몸만 다시 바위위로 올라가다. 순전히 등과 다리, 팔로 몸을 지탱한채 조금씩 내려가야 한다. 오옷. 이건 첩보영화에서 보던 장면. 자일없이 몸으로 내려가고 올라가는 것!

산행 할때 여학생이라고 늘 앞에 섰는데 이번엔 서서히 또 겁이 나서 물끄러미 다른 사람들 하는 거 구경하다. 10명쯤 내려가자 이제 할수있겠다 싶어 바위에 몸을 끼우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한마디씩 한다. 아무래도 내가 못 미더운가 보다. 천천히 천천히 침착하게 하고 다리를 뻗고.....이론상으론 저도 빠삭하다니깐요. 걱정말고 회비나 주세요, 아직 회비 안 내신 분. ^^*

점점 릿지에 자신이 붙다. 릿지화를 믿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 미친 고무를 믿어란 말이죠? ^^*


등산객도 많고 중간에 쓰레기 수거하시는 31기 선배분도 뵙고.....(예전엔 혼자 줍자산행도 했었는데, 앞으로 다시 해야지^^*)

드뎌 동봉 도착! 벌써 5시다. 무거운 배낭과 릿지에 모두들 기진!

자, 이쯤해서 65기 간단 소개(존칭 소개)
80리터 배낭을 짊어지고 후미로 오시는, 술생각밖에 없다는 학생장님(얼굴이 붉은 게 이름 때문이죠? 홍무. 붉은 무, 홍당무),

동봉에 우뚝 선 상봉학생(동봉상봉, 가족 상봉, 지리산 중봉 하봉),

해외 출장가면 기념품 사오실 재동 학생(어젯밤 하신 이야기.....흐흐 이런거는 수첩에 적어둡니다),

바위에 긁혀 볼이 발그스름한 복희 학생(앗 야한 거 봤죠? 왜 얼굴이 발개요? ^^*),

몸살에도 꿋꿋하게 합류, 고소증 극복에 온힘을 다한 정국 학생(저도 몰랐는데 고소증 있나봐요....동질감을 느낍니다),

65기 막내로 65기 평균연령 인하에 적극 협조한 기붕학생(다음 산행때 껌사서 줘야지. 껌을 되게 좋아하던데...),

저번에 공짜로 태워주신 재환학생(^^* 발자국 무늬 까만 쟈켓 너무 웃겨요1 비박하고 나서 새벽에 봤을땐 산짐승들이 재환님 다 밟고 간줄 알았어요)

첫 주 같은 조원으로 차분하게 일을 해나가시는 창호 학생,

제일 부러운 등산용품 사장하시는 기동학생(저번 단체 티 보러 등산사 들렀을 때 고글 하나 줄까 하시던걸 놀라서 아뇨 하면서 거절했는데....그 날 밤 혼자 울었답니다. 앗싸아 하면서 받아올껄....),

지난주 울 조 조장으로 수고 많이 하시고 바위 잘 오르시던 오희학생,

두주불사, 앉으면 새벽 4시 라는 경이적인 기록 소유자, 영섭학생,

첫 주차 같은 조원이라는 이유로 일부러 돌아서 차 태워주신 회병학생

학생장님 오른 팔이자 운전기사란 이유로 술 자리에선 늘 물 반 침 반 삼키는, 승호 학생

암벽의 대가.....^^* 정호 학생

자전거 매니아, 빨간 두건이 썩 잘 어울리던 영환 학생,

이주차 암벽에서 고생한 탓인지 이번 교육엔 새 릿지화를 신고 나타난 용희 학생,

어제 저녁 몰래 소주 한 병 들고 울 텐트 놀러오자 마자 강사님께 소주 압수당한 창우 학생(미리 딴데 술 받아놓을껄...)

울 조 조장으로 텐트며 버너며 한 짐을 다 짊어지고 다니시던 종현 학생,

울 조 조원으로 점심 때 어디선가 김밥을 공수해 온 원구 학생.....

지면 관계 상 일단 여기서 생략. 다음 기회에 다른 학생들 소개해야겠다!

동봉에서 기념 촬영 후 하산. 하산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속보로 후다다닥 내려간 동화사. 정말 빨리 왔잖아.

팔공축제로 차들이 꽈악 밀려있다. 어차피 지금 가도 차 막혀 못 가겠는걸. 일단 아까 거둔 회비로 그럼 일단 저녁이라도!

저녁 먹고 일어서다. 술이 더 그리운 사람들은 2차, 나는 귀가!^^*

분명 낼 아침엔 온 몸이 뻐근하니 난리나겠지만, 마음은 얼마나 뿌듯한지.....수고한 내 발, 내 손, 내 관절, 내 인대들......아참, 수고했다 미친고무!


참...글구 회비 내실때 꼭 만원 입니다 해서 만원만 내라는 법 없습니다. 만원 이상이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