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미리 배낭을 꾸릴까 말까 망설이다 토요일 퇴근하고 해도 될 것 같은 생각에 늦장을 부렸다.
근데 웬걸!! 갑자기 퇴근이 늦어진 관계로 집에 도착하니 5시.
침낭부터 챙기려는데 펼쳐놓은 채 부풀어 있던 침낭은 요리 빠지고 조리 빠지면서 가방에 들어갈 생각을 않는다. 아둥바둥 거리며 겨우 배낭에 넣고 시계를 보니 40분이나 흘러가 버렸다.
6시30분에 조원들과 만나기로 했는데 마음이 급해진다.
엄마한테 "김치찌게 4인분 부탁합니다" 외치고는 등산복에 간식, 버너 등 잡다 한 것을 챙기고 보니 벌써 배낭이 한 가득 인데, 바리바리 싸주시는 밑반찬에 김치한통, 과일까지 넣고 보니 도저히 혼자서는 맬 수조차 없다.
조카, 엄마까지 붙들고 겨우 매기는 했는데 눈앞이 캄캄해진다.
10분도 못 걸어 갈듯한데 이걸 매고 두 시간 산행이라니!!
그래도 다시 배낭정리를 하려니 약속시간이 코앞이고...
배낭만큼이나 무거운 마음으로 걱정 가득한 엄마 눈길을 피해 APT앞 횡단보도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한숨 때문에 땅이 꺼질듯하다.

7시30분보다 조금 일찍 자연보호헌장탑에 도착해서 부리나케 배낭에 있던 짐을 꺼냈다.
엄마가 싸주신 밑반찬만 빼도 한결 가벼워지지만, 조원들의 배낭도 한결같이 무거우니 나눠들자는 말도 차마 못하겠고 안 먹고 말자는 생각에 과일은 그 자리에서 다 먹어버렸다.
김치만 조금 덜어 갈려는데 조장이 자기배낭에 밑반찬을 대신 챙겨 넣는다.
고맙구러*^^*~~~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인원점검이 이뤄지고 스트레칭과 PT체조로 몸을 푼 후 팔공Hotel까지 뛰어갔다 오는데 빈 몸이지만 힘이 들어 숨이 턱까지 찬다.
벌써부터 이럼 곤란한데...

산행하기에 앞서 간단한 배낭검사와 패킹법 강의를 받은 뒤 여자기수를 선두로 야간산행이 시작됐다. 랜턴 불빛에만 의지한 채 산길을 걸어가는데, 가끔씩 돌아보면 한 줄로 길게 늘어서서 움직이는 랜턴 빛이 힘든 산행의 위로가 된다.
탑골에서 시작해 스카이라인까지 오르는 길은 왜그리 바위가 많은지....
짧은 다리로 오르기도 벅찬 바위를 기다시피 오르는데 "등산의 적 은 중량"이라는 강사님의 말이 뼈속까지 와 닿는다. 야간산행으로 시야가 좁아진 탓에 머리 위까지 꾸린 배낭이 나뭇가지에 터~억 걸려서 몸이 휘청거릴때면 내일까지 내가 살아있을라나 싶어서 가슴이 서늘해지는데, 잠깐 쉬는 휴식시간에 후미로 오던 기수 한 분이 우리가 온 길이 아닌 험한길로 나무를 헤치며 오는 것을 최태환강사님 왈 "저렇게 오르는 것이 바로 머메리즘입니다"하는 한마디에 한바탕 웃으며 긴장이 풀렸다.

그렇게 휴식을 취하며 야경은 보는 둥 마는 둥 점점 무겁게 눌러오는 배낭에 심신이 지쳐갈 때쯤 스카이라인에 도착했다. 서늘한 바람에 몸을 식히며 강사님이 대충 짚어주시는 실기교육장소와 위치를 훑어보는데 내 눈에 비친 팔공산은 거기가 거기 같고 도통 어딘지 짐작조차 안된다.

같은 조인 명화씨는 지친기색없이 수첩을 꺼내들고 연신 뭔가를 적는데, 슬쩍 보니 시간.장소 등 산행일지를 기록하는 것 같다.
역시!! 다닌 사람은 좀 다르구나 나도 다음부터는 적어볼까? 하는 생각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다시 산행시작이다.

내원암으로 가는 길은 제법 가파르고 진흙이 많은 길이라 랜턴을 비춰봐도 진땅인지 마른땅인지 구분을 못해 애를 먹었다.
그렇게 얼마를 걸어가다 콘크리트 길이 나오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바닥에 입이라도 맞추고 싶은 심정이고, 이 길을 따라 그냥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생기는데...
나만 그런지 다른 기수들은 힘든 기색도 없어 보이고, 어떤 이는 즐기는 듯 보이기까지 하니!!!

내원암에서 잠시 휴식하며 인원점검을 한 후 이제 야영장소인 수수골로 출~발
10분만 가면 된다는 강사님 말을 철썩 같이 믿고 가는데.....내가 알던 그 10분이 아닌가벼~
거의 도착할 때 쯤 우리의 학생장님 사고(?)를^^ 치시는 바람에 약간의 술렁임이 일고 드디어 수수골 도착하니 열두시 쯤 됐을려나?
조원끼리 텐트를 치고 라면을 끓이고 분주해진다. 피곤한 몸에 그냥 자려는데 끓고 있는 라면냄새는 왜그리 달콤한지 도저히 못 참고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준비한 침낭에서 눈을 감은 것 같은데 벌써 깨우는 소리가 들린다. 뭐꼬 이기~~ㅠㅠ
6시30분 기상!!
추워서 잠도 못 잤다는 기수들 말에 침낭이 너무 커서 매고 오는 내내 속으로 궁시렁거렸던 내가 추위를 모르고 지낸 것에 감사했다.
그렇게 세수도 못하고 잠도 덜 깬 모습으로 모여 내원암까지 구보로 갔다온 후 아침준비를 했다. 강사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한다고 중간에 밥도 한번 저어가며 신경을 썼지만^^진득한 죽밥이 되버렸다. 대충 끓인 김치찌개에 참치 한 캔을 넣고.....맛은 좋~구만.
솔직히 조원들한테는 미안한 맘이다. 침낭정리한다고 용쓰고 나와보니 다 해놨더구먼..지송

오전교육은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산 노래와 등산 복장, 등산화 끈 매는 법, 패킹법, 산행 예절 등 등 최태환 강사님의 강의로 이어지고, 내리쬐는 햇살이 따~땃하니 전날의 노곤함까지 겹쳐 듣는 것 반, 조는 것 반으로 비몽사몽..
그래도 강사님 목청 좋습디다~!!

"그곳에 우리들이 있었다는 어떤 증거든 남기지 않는다"는 산행기본수칙에 따라 야영한 곳과 개울가 근처 청소를 하고 오전강의 받은 패킹법에 최대한 충실하게(?) 배낭을 꾸린 후 하산길을 준비했다.
근데 어떻게 올 때 갈 때 배낭무게가 똑같은지 이해가 안되네.
음식을 먹었으면 좀 가벼워야 되는거 아닌감???아리송하구먼...
그래도 집에 간다는 생각에 즐거워진다. 흐~~뭇...그래!! 벌써부터 2주차 실기교육걱정은 말자고 스스로 위로하며 팔공산장에서 쉬고 스카이라인까지 씩씩대며 걸었다. 그곳에서 탑골까지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눈에 뵈는 게 없으면 겁이 없다는 게 맞는 말인지 내가 야밤에 이 바윗길을 올랐구나 생각하니 꿈인 것 만 같다.

출발지였던 자연보호헌장탑에 도착한 게 대략 6시경.
명화씨의 지도로 요가 스트레칭을 하고 강사님의 인사를 끝으로 동기들과 헤어지며 오는 길은 피곤하지만 뿌듯한 마음도 들고 4번이나 남은 실기교육에 대한 두려움도 섞인 복잡한 심정이었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생각하며 끝까지 해보자는 각오를 했다.

모두들 힘드셨겠지만(아닌감?^^;;) 무탈하게 66기정규반 1주교육을 마친것에 안도하며
66기 빠~샤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