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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를 마치고 퇴근. 토요일 오후라 나른하기만 한데 오늘부터 암벽반 교육 첫주이다. 일단 잠시 눈을 붙이자. 그래도 명색이 토요일인데 바쁘게 일하다가 바로 팔공산으로 가면 왠지 서글플것 같잖아....^^*
잠시 누웠다가 일어나서 주섬주섬 배낭을 꾸린다. 엄마는 토요일이면 으례히 산에 가는 줄 알고 미리 밑반찬을 만들어놓았다. 오옷 고마운걸 울 아줌마....
배낭을 짊어지고 지하철역으로 나가다. 오랜만에 짊어지는 50리터 배낭이 듬직하다. 신대장님 차를 얻어타고 팔공산으로....가는 도중 순두부집에 들러 저녁을 해결하는데, 순두부 전골이 아주 맛있다. 나중에 엄마랑 같이 와봐야지.^^*
팔공탑에 도착하니 이미 몇분이 와 계신다. 화요일 입교식할땐 1학년 야영 가느라 참석하지 못해서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정규반 교육 받을 때 이렇게 암벽반 들어오게 될줄 몰랐는데.....하핫. 하여간 사람일은 다 겪어봐야 한다니깐! 이러다가 겨울에 동계반 들어가는 거 아냐? 으...시러시러 추운건 딱 질색!
이번 암벽반22기에는 65기 동기님들도 5분이나 계셔서 순간순간 정규반 시절이 떠오른다. 노란색 조끼를 받고 입으니 기분이 새롭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든다. 최기환 강사님과 조교들의 인솔로 일단 야영장으로 들어가다. 원래 계획은 여기서 야영인데 비소식이 있어 간단히 저녁 해먹고 염불암 근처의 산장으로 이동! 거기서 교육을 하실 계획인가 보다.
야영장에서 취사를 하다. 한시간의 식사 시간 후 줄을 지어 출발. 염불암 가는 오르막이 종아리를 뻐근하게 한다.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서 가는 야간산행. 역시나 뒤돌아보면 랜턴빛이 줄지어 구불구불거려 무슨 용처럼 꿈틀거린다.
밤이지만 공기가 후덥지근하여 온 몸이 땀으로 젖다. 이렇게 땀 많이 흘리기도 오랜만일세. 하핫. 염불암 앞에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물 뜨러 가다. 물통에 물이 많았지만 또 이런 곳에 오면 약수를 한잔씩 마셔야 몸에 좋은거여! 코가 닿을듯 가파른 시멘트길을 헉헉 대며 오르다. 이러다가 종아리 근육 터지는 거 아니야 싶을 때 염불암에 닿다. 땀을 뚝뚝 흘려가며 올라선 식수대. 시원한 약수를 들이키니 카~ 소리가 절로 나온다. 심장을 벌떡대지만 시원한 물 한 모금으로 모든게 용서된다. 히히. 물통을 가득 채우고 내려오니 아무도 없다. 헉! 모두들 힘들어서 그런지 물 뜨러 안 올라오고 몇명만 올라왔나 보다. 이런! 서둘러 배낭을 메고 앞의 랜턴빛을 보고 가니 바로 산장이 나온다. 1시간 걸려 도착한 셈이다.
바로 매트깔고 침낭을 깐 다음, 교육 받으러 바깥으로 가다. 이번 교육생 중 가장 막내인 혜윤이의 노래로 모두들 싱글벙글. 막내가 있으니 좋네. ^^* 잘 웃는 혜윤이덕분에 교육 분위기가 밝다.
12시넘어까지 매듭법 강의를 듣다. 땀 흘린 몸에 이제 서서히 냉기가 든다. 산속은 춥긴 춥네. 12시 30분 쯤 침낭에 몸을 넣으니 좁긴 좁아도 편하다. 자, 자자. 자야지 내일 또 암벽 타지. 기부회장님과 몇 명의 주당들이 소주를 한잔씩 하시는 모양이다. 그 소릴 들으면서 기절하듯 자버리다.
새벽 1시 다 되어 잠들었지만 어느 순간 잠이 깨다. 시계를 보니 5시 10분 정도. 아무래도 6시쯤이 기상시간이 아닐까 싶었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휴대폰 알람소리가 들린다. 으...빨리 좀 꺼줬으면싶은데 끄지 않고 계속 울리는 알람소리. 그바람에 강사님도 깨셨는지 기상을 외치신다. 으아 밉다 휴대폰....
조교의 인솔로 염불암 시멘트길 구보! 급경사 내리막길에서의 구보라 무릎에 무리가 갈까 내심 걱정된다. 목요일 클라이밍하다가 홀드에 부딪힌 무릎이 계속 아파서 병원가서 사진도 찍었는데......혹시라도 무릎 다칠라 살살 조심해서 뛰다.
조금 뛰다보니 되돌아가야한다. 지금부턴 오르막 뛰기. 으아 정말 죽을 맛이다. 어제밤 야간산행으로 놀란 종아리 근육들이 또 터질려 한다. 아침부터 땀으로 또 범벅이 되는 얼굴들. 에고 새벽 구보는 정말 싫어....
아침은 어제밤 해둔 걸로 대충 때우다. 연숙님의 김치찌게가 시원하니 좋다^^* 다음엔 나도 먹거리를 좀 장만해와야겠다. 커피도 다른 조에서 얻어마시니 체면이 말이 아니다. 에고에고.
짐꾸려 산행 시작. 떄맞추어 비도 뿌린다. 배낭커버 씌워서 출발. 수태골로 이동. 힘들어서 자꾸 처지는 헤윤막내를 보다못한 강사님이 앞장세워서 가신다. 스틱에 바둥바둥 매달려 끌려가는 막내가 귀여워서 사람들이 모두 한번씩 웃다.
슬랩에 도착. 잠시 숨 좀 돌리고 바로 교육이 시작된다. 저번엔 한단만 올라갔는데 오늘은 끝까지 올라간단다. 물먹은 바위가 미끄러워 초반에 애를 먹다. 수태골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쉬면서 구경한다. 에고 부러운걸. 나도 암벽교육만 아니면 바람처럼 어딘가 혼자 유유히 산을 오르고있을텐데.....
점심 먹은후 끝까지 오른다. 1단 오르고 바로 2단 오르고 3단 오르고. 끝까지 올라서서 확보 줄 걸고서 잠시 쉰다. 따끈한 바위에 앉아서 맞은 편 산을 보니 바람 불때마다 일렁이는 숲. 이야....좋다! 아직 벚꽃이 있어 바람 불때마다 살랑살랑 벚꽃잎이 날린다. 벚꽃잎 날리는 암벽에서 열심히 오르고 있는 동기님들과 나....우와 그림좋다!
바위에 앉아서 발 아래 사람들을 보고 맞은편 산을 보고 구름을 보고 하니 정말 좋다. 행복하다. 아까 등산객들 부러워했던거 취소. 아무도 부럽지 않아. 바위는 따뜻하지, 바람은 적당히 살랑거리지, 벚꽃잎은 날리지.......좋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구!
오후 내내 땅에 발 한번 안 디디고 바위위에서만 교육 받다. 우리 조인 연숙언니는 오전엔 긴장한 모습이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편안한 모습이다. 괜찮죠? 좋죠? ^^*
4시 30분쯤 되어 암벽 교육 종료. 배낭을 챙겨 이젠 수태골을 빠져나간다. 수태골에서 탑골까지 구보. 줄 맞추어 열심히 뛴다. 등뒤에선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이고 연신 얼굴에선 땀이 뚝뚝 흐르지만 교육이 막바지라 그런지 성취감으로 가벼운 몸들이다.
탑골에선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 다 우리를 보곤 놀라워한다. 의식하셔서인가? 강사님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가고 구호 붙이는 우리들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간다. 자부심이라는 건가? ^^*
마무리 체조 후 해산! 야, 1주 훈련 무사히 끝났다. 대단해. 벌써 벚꽃잎 날리는 바위가 그리운걸.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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