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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반 2주차 교육. 원래 팔공산 수태골 남벽 쪽을 등반할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변경되어 앞산 대덕주차장 집결로 바뀌었다. 응? 앞산? 앞산에도 암벽이 있단 말여? 사회생활하며 타지 친구들을 만날 때 앞산 간 이야길 하면, 열에는 열 반응이 똑같다. 시익 웃으며 난 어제 뒷산 갔어 라는 반응. 산 이름이 진짜 앞산이라고 해도 믿질 않는다. 앞산 관리 사무소도 있는걸 하며 그제서야 놀라며 앞산이란게 정식 명칭이야? 하고 되묻는다.
도시 속에도 산이 이렇게 있다는게 어떨때는 참 고맙다. 근무지에서 몇 분 안걸려 바로 앞산 자락에 들어갈수 있고, 울 동네에선 파크호텔뒤 형제봉 오를수도 있고 칠곡서 잠시 살았을땐 잠깐이면 함지산 오를수도 있었고....
신대장님과 준영 부장님, 오비맥주님(한상우님), 환경부장님을 집 근처서 만나 돼지국밥 한그릇 하고 집결장소로 출발. 대덕 주차장 근처는 혼잡스럽고 소란하다. 알고보니 대덕제 일환으로 주차장이 먹거리마당이 되어있다. 사람들로 바글바글. 소란과 음악소리와 음식 냄새로 정신을 못 차리겠다.
화장실 앞 공터에서 인원 점검 후 체조. 스트레칭을 하면 늘 느끼지만 내겐 유연성이라곤 전혀 없구나 를 뻐저리게, 아니 근육저리게 느낀다. 나이많으신 동기님들도 풀쩍풀쩍 손바닥이 땅에 대이도록 허리가 굽혀지는데 나는 정강이 근처에서 벌써 바들바들 손끝이 떨리기 시작하니 이거야 원.
배낭 정리 및 저녁 못 드신 분들을 위한 시간이 50분가량 주어졌다. 황 조장님은 큼지막한 비닐봉지를 턱 꺼내놓는다. 찜닭이란다. 하핫. 지난 주는 닭매운탕 가져오시더니 오늘은 찜닭이라....담주는 어떤 닭요리를 가져오실까? 닭을 유난히 좋아하시나 보네, 사람들이 안주만 보고도 황대장이 가져온거네 한다. ^^*
시간이 되어 출발. 안일사를 향하는 가파른 시멘트길이 또 종아리 근육을 긴장시킨다.한발짝 뛸때마다 뻐어근 뻐어근...으..이러다가 정말 종아리 근육 터지는게 아닐까? 뒤에 오시는 동기님들 혹시 툭~ 소리나며 뭔가 날아가는게 보이거든 제 종아리 근육 터지는 건줄 아세요.....엉엉.에고 다리 댕겨라
가는 중간 중간 삼각형 바위와 사각형 바위에서 설명을 듣다. 클라이밍센터 들어서기 전엔 여기서 볼더링 연습을 했던 곳이란다. 오옷. 그렇구나. 앞산 이라 그러면 늘 어르신들이 운동삼아 다니는 그런 곳인줄 알았는데 불과 십여년전엔 여기서 클라이머들이 연습했다니....오옷...
작은 계곡을 지나 안일사 담벼락 밑 공터에 닿다. 이런 곳이 있었네. 야간산행이나 짬날때 수십번 지나다녔어도 이런곳이 있는줄 몰랐다. 이 공터에서 위쪽으로 에돌아 나가면 해골바위라 부르는 곳이 있고 거기서 내일 연습한다고 하네. 두근두근.
대구 야경이 보이는 전망대에 모두 앉아 산노래를 부르다. 간혹 들리는 소쩍새 소리에 서늘한 밤공기에, 동개동개 모여 앉아 산노래를 부르는 분위기에 모두들 빠져 봅!시다~~~
막영지로 돌아와 잠시 야식 시간. 환경부장님의 오징어무침회가 매콤하니 맛난다. 조금씩 추워지는 터라 라면을 끓여 먹다. 이렇게 먹고 자면 낼 또 얼굴 부어서 눈도 제대로 못 뜰텐데....에라이 모르겠다. 먹고보자!^^*
12시 넘어 바위 밑에 침낭을 풀고 자리에 들다. 비박이다. 싸늘한 밤공기에 얼굴을 내놓고 자면 얼굴 덜 붓겠지. 히히. 잠시 단잠 들었는데(난 어디서든 잘 잔다!) 기상 이란 소리에 깨다. 뭐여? 또 비상대피 훈련이여? 노발대발하시는 훈련부장님. 으아... 멀거니 서 있는 우리들에게 당장 단체 기합이 떨어진다. 전망대까지 이 가파른 길을 뛰어갔다 오란다. 으아...
사람들은 아무말 없어도 전부 얼굴이 굳은 걸로 보아 나처럼 불만이 있나 보다. 그래도 어쩌나? 교육인데....뛰자. 뛰자. 싸늘하던 밤공기는 잠깐 사이에 열기로 변해 더워 죽겠다. 심장이 터질듯 하지 종아리는 뻐근하니 말을 안 듣지 뒷쪽 사람들의 숨소리와 땀냄새와....으아..
땀을 비오듯 흘리며 뛰어서(절반은 걸었다) 전망대 도착. 아까까진 뽀르퉁해있었는데 막상 뛰니 슬며시 풀린다. 우린 동기니까! 그럼 그럼! 더구나 이케 뛰니 아침에 얼굴 부을 리는 없겠다. 히히. 사람들도 새벽 2시의 대구 야경을 보고 감탄하신다. 엊저녁처럼 또 혼자 난 야경을 보며 감상에 젖어있는데 동기님들이 한마디씩 한다.
- 전기 낭비는 도대체 어쩐대?
- 저게 다 돈이여 돈!
으아..분위기 꺠진다.
다시 뛰어서 내려가다. 급 경사에선 걷지만 평탄한 길이 나오면 또 뛰란다. 으아으아 뛰자. 누구는 돈주고 다이어트 한다는데 공짜로 시켜주네란 동기님의 말씀에 모두들 힘을 얻다. ^^*
3시 다 되어 다시 침낭에. 등 대자 마자 바로 또 기절하듯 자버리다.
한순간 잠이 꺠다. 다 잔건가? 새벽 안일사 종소리가 지잉 지잉 울린다. 시계를 보니 5시. 일어나서 렌즈 끼고 다시 침낭속으로. 새소리와 바람 소리 들으며 웅크리며 6시까지 개겨보다.
6시 기상! 일어나서 체조. 구보! 으아. 난 새벽 구보가 젤 싫어. 더구나 이런 가파른 시멘트길과 오르막....그래도 뛰어야지1 다 몸에 좋은거야. 몸에 좋은거 찾아 먹듯이 몸에 좋은 구보도 해야지 뭘! 어제밤 갔던 전망대 지나 마천각 지나서까지 뛰다. 어젯밤보단 이상하게 훨씬 뛰기가 수월하다. 적응이 된건지 잠이 덜 깨서인지...
아침 먹으며 점심때 먹을 주먹밥 만들다. 시간이 별로 없어 채 식지않은 밥에 명란젓 넣고 김좀 넣고 젓가락을 저어 고루 섞다. 월간산 이번달 산요리코너에 나온 거다. 히히. 비닐 장갑 끼고 밥을 뭉쳐 주먹밥 만들다. 동글동글 주먹밥을 다 만들고 나니 흐뭇하다. 점순님 삼계탕도 맛있었지만 이 주막밥도 아주 맛날꺼야. 코펠 뚜껑에 보기좋게 놓여진 주먹밥. 지금 흐뭇한 이심정을 비유하자면? 음. 쇠똥구리가 쇠똥을 굴릴 때의 심정이랄까? 앗. 방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한거야? 우리 밥인데 왜 쇠똥 이야길 하지?
조별로 나누어 교육이 시작된다. 5조는 일단 어제 본 사각바위로1 일명 아이거라 불리는 사각바위. 늘 무심히 지나쳤는데 가만히 보니 홀드가 보인다. 오옷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네!
강사의 시범에 이어 차례차례 올라보다. 인공암장만 하다가(그것도 잘 못하지만!) 진짜 바위에 붙으려니 떨린다. 그래도 막상 해보니 해볼만 하다. 오옷, 과제 두개를 모두 다 하고선 삼각바위로 이동. 마터호른이랬지 이 바위 별명이...열심히 교육 받고 있는데 지나가시던 할머니들이 손사래를 치며 정색을 한다.
- 에고. 왜 저래 위험한걸 한대?
- 집에 엄마들이 저런거 알면 가만히 있겠나?
- 엄마 생각하면 저런거 하면 안돼지.
앗! 뜨끔하다. 엄마 아실까봐 장비도 늘 차에 넣어두고 다녔는데,. 그러다가 헬멧 산 날. 또 혼자 흐뭇한 마음에 헬멧을 쓰고 방을 걸어다니다가(새 장비를 사면 꼭 집에서 써본다. 장비병 증후군의 하나라고 해야하나?) 엄마랑 마주친 적이 있다. 그떄 얼마나 놀랐는지...뭐냐고 묻는 말에 인라인 헬멧이라고 얼버무리긴 했지만....오늘 마침 어버이날이고 하니 일찍 교육 마치고 가족들과 거하게 저녁 먹어야겠다.
삼각바위는 사각보다 조금 까다롭고 클라이밍 다운해서 그대로 내려가야 하니 더 신경쓰인다. 막판에 내려서다가 줄딱 미끄러져 팔꿈치가 까졌다. 앗, 이 핏기....피 보니 갑자기 빈혈 생기는듯. 흐흐. 한참 교육에 열중하는 데 휴일이라 그런지 구경꾼이 많다. 대부분은 놀라워하며 보는데 어떤 지나가는 어르신들이 큰소리로,
- 저렇게 비루박에 붙는건 뭐하러 저러는냐, 저런건 등산이 아니여. 밥묵고 할일없응께 저칸다!
고 하신다. 우잉....그냥 말없이 지나가시지, 남이 뭘 하든말든.....이런 생각이 들다가도 바로 맘을 고쳐 먹다. 하핫,. 어르신들 지금 질투하시는거죠?
오전 교육 후 점심 시간. 꿀맛이여. 꿀맛! 라면도 몇 젓가락 먹고 빵도 먹고 과일도 먹고 하니 배가 볼록하다. 이젠 오후엔 암벽타야하는데....하면서도 주전부리를 계속한다. 커피까지 뻔치좋게 얻어마시고. 히히. 담에 제가 커피 탈께요.
오후 첫 교육은 해골바위 근처. 유마링 연습. 무식하게 생긴 손잡이를 죽죽 밀며 벽을 타는데. 막상 해보니 재밌다. 홀드고 뭐고 다 필요없다! 쭤뻐 쭤뻐. 주마! 주마!
다음 코스는 정말 암벽이다. 바위에 붙어 올라서야한다. 바위 가운데 나무아미타불이 인상적이다. 확보 보는 신대장님을 믿고 자신있게 바위에 붙어보다. 오전에 마터호른과 아이거를 등정하신 몸이다! ^^* 자신있게 하자! 홀드에 손가락 걸고 다리로 딛고 일어서고.....어떻게 올라선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성공! 앗싸아! 정상에서의 조망이 끝내준다. 두류타워와 마주서서 우뚝 선 나! ^^* 확보를 보는데 조원들이 안 올라온다. 줄당겨 줄 늦춰를 여러번 반복하고 나니 팔에 힘이 다 빠진다. 세명 확보 보는데 다 못오르고 다시 신대장님 올라오다. 저, 네명째 확보봤어요. 팔 힘 다 빠졌어요. 엉엉
5시 교육 마감. 아직 안 해본 코스가 있어 아쉽지만...집에 가서 효도해야지. 이틀동안 수고한 조교님들과 훈련부장님꼐 감사의 인사를 하고 집으로!
집에 들어가기전 카풀 가족들끼리 막걸리 한잔과 돼지껍데기!
7시 , 집으로 뛰어들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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