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6:30분 대구시민운동장 동문앞 모임
야구경기로 인해 주차장 만원. 7:00넘어서 출발 - 화원I.C - 가조 I.C - 고견사주차장
고속도로를 가는 동안 차창 밖으로는 저녁 노을이 예쁜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다.
야영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아카시아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그 향기가 너무 좋아서 자꾸만 코로 숨을 들이킨다.
저녁식사 후 텐트 안에서 오랜만에 조원들과 커피와 간단한 음식을 내놓고 얘기를 나눴다.
텐트 밖에 걸려있는 등이 밝게 비치고 계곡에 물소리도 들리고... 너무좋다.
곧 야간강의가 시작이다. 암벽장비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처음 보는 장비들도 많다.
11시쯤에 강의를 마치고 마지막 실기 교육을 남겨두고 취침시간 전까지 고기안주에 맑은물(?)로 간단한 모임을 다시 가진다.
처음 결성한 조가 4주동안 내내 같은 조여서 아직 대화를 해보지 않은 동기들도 있다.
서로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불판을 가운데 두고 모여있는 분위기가 화기애애...
나중에 최기환 훈련부장님과 임재득 차장님 합류. 산행에 관해 질문도 하고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날이라 시간이 빨리 가는게 아쉬웠다.
아침에 핸드폰 알람소리가 울리고 새벽구보가 시작된다.
도심에서 벗어나 산속에서 뛰는 구보는 상쾌함을 더하고, 가끔 이런 곳에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침식사를 하고 큰 배낭은 차에 두고 작은 배낭에 필요한 것만 넣어서 8시에 산행시작.
고견사 까지 가는데 벌써 땀이 난다. 본격적인 릿지를 하는 곳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산길을 가다가 오른쪽으로 카라코람 산악회에서 설치한 '실크로드’라는 스텐 안내판이 보인다.
이 릿지가 있는 의상봉은 우두산에 있는 아홉 봉우리 중 하나다. 신라 문무왕(667년) 때 의상대사가 전생에 이어 현생에서도 참선한 곳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라 한다. 의상봉 릿지는 97년 대구 카라코람산악회(회장 최기환)에서 개척한 코스로 전 구간에 흰색페인트로 표시도 잘 되어있고 정비도 잘되어 있다고 한다.
처음 1봉을 지나고 2봉 트래버스 구간을 지날 때는 자꾸만 뒤에서 누가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어떤 봉은 안자일렌으로 가기도 하고 선등확보 후 한 사람씩 오르기도 했다.
5봉을 오른 후에 18M 오버행하강을 한다. 자기 확보를 하고 첫 발을 내리기가 쉽지가 않았다. 무서워서~~
하지만 일단 한번 내려가기 시작하면 계속 더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한 번 더 하강을 하고 싶어도 하강을 하기 위해선 다시 바위를 올라야 하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너무 많다.
안착 후 8자 하강기를 만져보니 열이 발생해서 뜨겁다.
오버행바위 밑에서 행동식으로 점심을 먹으며 휴식시간을 가졌다. 이제 남은 봉우리를 갈려면 더 힘든데 걱정이다. 지나다 보니 우리가 몇 봉에 있는지 책임강사님께 물어보고 했는데도 지나고 나니 그곳이 몇 봉이었더라?...이다.
이제 남은봉은 거리는 얼마되지 않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한다.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6봉은 가장 어려운 코스. 난이도가 더 높은 2코스 발토르로 오르게 되었다.
도저히 손잡을 곳도 없어 보이는 그곳을 올라야 한다. 앞에서는 안 보이는 높은 절벽쪽으로 돌아가야만 오를 수 있는 곳이다.
될듯하면서도 안 되는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아무리 일어설려고 해도 안된다.
밑으로 발 확보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내려다 볼 수 가 없다. 너무 아찔해서.
유마로 올라가는 자일이 바로 옆에 있었지만(유마도 쉬운 건 아니지만)그래도 그냥 오르고 싶어서 도전을 했는데...이게뭐람~~~
진행을 못하고 자일에 매달려 딱 붙어 있는 나를 보고 아래쪽에서 누군가가 바위를 너무 사랑 하는거 같다고 한다.ㅎㅎㅎ
나도 이정도 코스에서는 두려움 없이 바위를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바위를 오를 때는 온갖 잠념이 다 사라져서 좋다고 했는데 그 순간에 나는 ‘왜 이런 위험하고 어려운 코스를 개척해서 힘들게 만드는지...’하면서 카라코람을 원망했다. 마지막에는 거의 끌려서 겨우 정상에 서니 확보에 힘들었을 강사님께 너무 미안하다. 얼마나 무거웠을까~~~~
정규반 팔공산 릿지를 할 때도 다시 오나봐라 했는데... 이곳까지 오게 될 줄이야.
그나마 교육을 거듭하면서 공포심이 많이 사라진 것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잠시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멀리 바라보니 금세 마음이 편안해진다.
정상을 앞에 두고 겨우 여유를 찾게 되었다.
우리 2조는 든든한 책임강사 박욱현 강사님 덕분에 무사히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정상에 제일 먼저 도착해서 산 노래도 부르고 주위의 봉우리 설명도 들었다.(감사합니다.)
이번 교육은 산 노래도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들이었다.
교육기간 아침 구보시간 내내 산 노래를 수도 없이 불렀었다.
하나 둘 동기분들이 도착해서 의상봉 정상에서 기념촬영 하고, 가파르고 긴 철계단을 내려왔다. 고견사를 지나 주차장에 도착.
이 뿌듯함.
걱정만 앞섰던 4주간의 암벽교육을 드디어 마치게 되었다.
모두가 서로 수고했다는 악수와 인사를 나누고 대구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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