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에 독도법실기를 하면서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3군데 지점의 각도를 측정하고 선을 그으니 정확하게 내 위치가 나온다. 두 번 세 번 해도 같은 자리다. 저 멀리 보이는 지점도 각도로 지도상에 표기하면 어디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이렇게 맞아 들어가는구나... 당연한 이론이겠지만 실습을 하니 더욱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게된다. 지도란게 단순히 적힌 그대로 위치, 거리(산행지도), 높이만 보라고 있는게 아니다라는걸 알게 되었다.
등산학교 다닌다고 친구랑 통화가 끝난 후 5분도 안되어서 다른 친구가 전화왔다. 등산학교 다닌다며? 산에 가는데 뭘 등산학교까지...그냥 올라갔다 내려오면 되는거 아닌가 한다. 반대로 산을 좋아하는 다른 지인들은 아주 대단해 하면서 열심히 배우라고 반갑게 응원해 주었다.
뭐든 알아가면서 또 한 단계 지나 깊이 파고 들수록 더 큰 어려움에 부닥치고, 그 대상에 대해서 더 두렵게 느껴질 때도 있고 그랬던것 같다.
오후엔 릿지등반...
산길을 가다가 큰 바위가 앞을 가로막고 있으면 다른 길이 있나 없나 먼저 살피고 지나간게 지금까지의 산행이었다. 그런데 이런 릿지등반을 직접 접하니 위험하기도 하고 무척이나 힘들기도 하다. 이렇게 계~~~~~속 바위만 나오는 코스를 지나야 되다니.
지난 주 암벽실습으로 인한 오른팔 근육이 덜 풀려서 아픈데다가 팔힘도 없고 하니 지치기만 한다. 앞에서 위에서 손 잡아주고 뒤에서 밀어준 동기생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지나왔을까 싶다.(무척이나 고마웠습니다)
좁은 바위 위에서 낭떠러지를 보니 일어서기도 힘들다. 어지럼증으로 넘어질 것 같아서.
그런 길을 가다가 잠시 그 긴장감을 풀어주는 일이 있었다.
릿지폭도 좁은데다 인원도 많고 해서 계속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앞에서 나가면서 빠져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강사님은 앞에서만 어떻게 해서 내려오세요 하고 설명이 끝나면 잠시 지켜본 후에 전진상태였다. 계속 그러니까 뒤에서서 기다리던 김상준씨가 그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강사님을 향해 소리친다. "샘 앞 사람에게만 사랑 주지 말고 뒤에 있는 우리에게도 사랑 좀 주세요. 우리도 사랑 받고 싶어요. 사랑 받고 싶다 카이~~~ ㅎㅎㅎ ^_^ ". 몇 번을 그러는 동안 웃으면서 움츠렸던 어깨도 좀 펴지고 긴장감도 풀어진다. 웃고나니 힘도 더 생기는 듯 하다.
그렇게 릿지 코스가 끝나고 팔공산 동봉에 도착했다.
그때부터 차가운 바람이 느껴진다. 동봉앞에서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서둘러 하산했다.
다른 날 보단 힘든 하루였다.
집에 도착해 방에 서 있는데 환청이 들리는듯 하다.
하산주로 마신 막걸리 몇 잔의 기운인지, 힘든뒤의 여운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강사님의 큰 목소리도 들리고 동기생들의 웅성거림도 들린다. 낙엽위로 미끄러지는 소리도 들리고 바위에 힘껏 내 딛는 발자국 소리도 들리는듯 하다.
무릎에는 작은 영광의 상처가 나고 그것도 모자라 여기저기 부딪쳐서 울긋불긋이지만 산행다운 산행을 한 기분이다.
산악인들은 이 곳을 멋진 코스라 한다.
하지만 내가 다음에 다시 이곳에 오고 싶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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