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다사다난했던 지난 4주. 첫 주도 못 견뎌서 무너질 뻔 했

던 약골 교육생 조대희 드디어 5주차에 돌입. 벌써 4주 교육을 무사

히 마쳤단 말. 이 감격 누구와 함께? 동기들과 함께! 3주 독도법

교육 때 아무리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았던 나침반 원투쓰리와 독도

법에 대한 일체의 의문이 이번 주 실무교육인 오리엔티어링교육을

통해서 풀렸던 것에 대해서 가슴 뿌듯한 자긍심이.


그런데 잘 아는 것처럼 보였던 동기들도 여느 실수를 거듭하는 것

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이것은 비단 나만의 성공은

아닌 것 같았다. 우리 모두의 성공이자, 우리들 모두 가슴깊은 곳에

서 묵직한 자부심이 뭉클. 가슴깊은 곳에서 우리 함께 나누자 너

와 나의 꿈의 대화를.


스스로 잔소리가 많은 사람이라고 주장하시는 김훈동강사님 지시를

받아서 작업을 수행하다보니 어느새 나도 전문산악인(?)이 다 된 느

낌. 실제로는 대단히 자상한 분. 다 큰 사람들이라도 배우는

입장에 있다보니 그게 익숙치않아서 구석구석 쑥덕쑥덕. 그런데도

인상 찡그리시는 걸 한번도 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마에는 주름살

하나없는 동안이지만 흰머리는 귀미터리부터 온다고 그랬던가. 고

교 선배같은 훈장선생 훈동이 형님 알찬 강의 감사해요.



이제 우리는 세계 어느 산에 떨어져도 지도 한 장만 있으면 목표를

완벽하게 찾아내겠다는 자신감이 충만. 이번 강의는 지난주 안영섭

강사님 독도법의 연장선상에서 구성된 순차적 과정이었다. 2주에 걸

친 독도법과 오리엔티어링으로 우리는 어느새 배웅이형이 평소에 말

씀하시던 전문산악인이 다 된 느낌.



드디어 4주차 오리엔티어링교육. 일기예보는 호의주의보까지 발령했

다. 주룩주룩 주저리주저리 염치없이 내리는 비여! 하지만 대구등산

학교의 대표적 전문산악인 박배웅형님외 최정예대원 24명은 팔공산

아래로 씩씩하게 모여들었다. 우의와 배낭덮게까지 완전 무장한 채.



이제 누가 우리를 보더라도 전문산악인으로 볼것이 분명. 밤 12시까

지 열강을 해도 몇몇은 고개를 갸우뚱. 결국 실전에 가서야 이론을

모두 익히게 되어있는 것을 모른다고 안달하는 사람들. 나도 그런

축에 끼었었다.


야간강의가 끝나기가 무섭게 혜경이누님을 따라갔는데 거기가 난생

처음 맛 본 찌짐의 유토피아였다. 일찍이 그렇게도 맛난 감자찌짐

을 먹어 본 적이 없었던 나로선 적잖이 당황. 어떻게 이렇게 맛있

는 찌짐이 가능한지 不可解. 그밖에도 영근이형님 용해형님 일형이

형님을 비롯한 여러분들이 개최한 雨中 단고기謝肉祭(carnival). 나

도 단고기라면 일가견 있어서 目不忍見이라 가서 넙죽 받아먹고 잠

을 청한다.



비는 비대로 오지만 찌는듯한 열대야도 있어 새벽 2시까지 뜨거

운 열기를 식히지못한 분들이 잠을 못 이룬다. 이런 분을 위해서 준

비된 것이 바로 “밤을 잊은 그대에게“였는데. 그게 마침 장원석강

사님의 단체 야간 빰바라. 돌아오면서도 씩씩거리며 모두 히히덕.


5시가 넘어서자 왠 선녀 셋이 하늘에서 내려와 재잘재잘. 5시20분

에 어디선가 기상나팔소리가 잠이 부족한 그대에게 들려온다. 그래

도 모두들 잘도 일어나서 구보하고 밥해먹고 교육장으로 향한다. 일

기가 좋지않아 산에서 오리엔티어링하려던 것이 산밑으로 일정은 변

경. 그래도 오전교육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예정대로.


점심식사추진하면서 라면 한줄기 먹으려고 기다리던 정수누님잠시

자리비운사이 너구리는 온 데 간 데 없어. 그래서 마침 대신 내가

먹어주었지. 그래도 생글거리는 미소의 정수누님 진짜 성격 좋아.


둘째 날 오후에 오리엔티어링 실전에 돌입. 안다고 자신만만하던 사

람들이 의외로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동기중 가장 연장이자 정통

산악인이신 정동식형님은 심지어 독도법과 오리엔티어링을 배우러

등산학교에 왔다고 하셨는데 영문도 모르고 덥석 등록한 나는 그런

의미에서 본전 톡톡히 뽑았다고 할수있다.


그런데 동식이형은 개인적으로 업무수행해야되는 오리엔티어링도

중. 자기주장 맞다 우기는 데 일가견있는 차미경학생 덕분에 거의

하위권을 마크하게되었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밝혀진다. 언제나 말없

이 자기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권순업형님과 조용하게 밀어붙이

는 스타일의 김영근형님이 오리엔티어링 경기에서 당당히 1위를.



효남이형은 도중에 길을 묻는 외국인을 만나서 친절하게 영어로 길

안내를 해준다고 시간을 소비하였음에도 2위그룹에 등록. 야매관측

병이라고 주장하는 남근이형은 튼튼한 다리를 앞세워서 나보

다 늦게 출발 나보다 앞서 가더니 2위그룹에 등록. 여러 가지

끼로 그동안 동기들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손영화형은 3위그룹에

당당히 끼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번 경기의 최대이변은 아직 성하지 않은

한쪽 무릎을 이끌고 2위그룹에 끼인 나 조대희. 당당히 나도 2위그

룹에 등록된 것. 스포츠중의 스포츠. 꿈의 스포츠라는 오리엔티어링

에서 2위라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나야말로 이번 교육을 통해 적

어도 수강료의 10배 이상을 건지는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무엇보다

도 산에 대해 너무나도 실용적인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지난 4주를 되돌아보면 교육받기 시작할 때부터 어느 주도 그냥 순

조롭게 지나간 적이 한번도 없었다.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오리엔티

어링교육을 받은 어제까지 날씨가 궂을 때도 있었지만 그 정도 예상

하지 못했던 건 아니었다. 교육이 지치고 힘들어서 그냥 그 자리에

꼬꾸라지고 싶었을 때도 있었지만 동기들이 퍼붓는 격려세례로 힘

을 북돋우고, 신체적 역경도 있었지만 정신력으로 보완해왔던 것인

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4주차 교육완료!


교육은 무척이나 길고도 지긋지긋했지만 내가 자원해서 하는 고생이

었기에 아쉽고도 짧았던 세월이었다. 주중에 없는 시간 내어 교육

에 참가하고 등산장비 사러갈 시간도 없이 그냥 아무데나 가서 대

강 사왔던 것은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다. 이제 이번주만 하면 동기

들과 헤어진다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찔끔. 이 설움과 감격이 뒤범

벅된 졸업소감을 누가 아랴! 동기생말고는. 하지만 졸업이란 마침

이 아니라출발, 산악인으로서 거듭난 우리들의 새출발을 의미한다.


어느새 우리들은 이제 단순히 산을 흘러다니는 流山族이 아니라 진

정 산을 사랑하고 오르는 登山人으로 거듭 태어난다는 과업수행의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세계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대구등산학교출신의 명예로

운 산악인이다. 나는 배웅형이 언제나 주장하시는 전문산악인

까지는 못되어도 좋다. 그냥 기초산악인일지라도 떳떳하고 자랑스

런 대구등산학교출신으로 생활속의 등산인으로 활동할것을 다짐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