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시 초등학생이 된다면 이런 분께 배우고 싶다. 독도법 안영

섭강사님은 세상에서 제일 자상한 분이다. 웃는 모습 너무나도 푸근

하고 그분의 말씀의 향기는 너무나도 진하다. 가지런히 드러난 치열

은 너무나도 보는 이들을 행복하게 한다. 심지어 강의도중 하시는

설명이 너무 자상하기 때문에 잘 알아듣지 못하는 내용일지라도 완

전히 이해하고있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


아무리 악천후의 날씨에 아무리 힘든 교육도 안강사님과 함께라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었다. 군대이등병시 후견인병장 형님같은 인자

함으로 몇 번씩이나 같은 설명을 해주시는데 너무 이해가 잘되었

다. 전날 밤 “그곳에 가면”이란 식당을 전세 내어서 밤 12시까지

쉴새없이 열강. 그렇게 하시고도 시간에 쫓기듯 강의를 마치셨는데

아쉽기만. 그런데도 사람들은 잘도 알아듣는 것 같았다. 질문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들어도 이해가 안 되는 곳이 꼭

하나 있었다.


그래서 수업마치고 질문하려고 용기를 내어 안영섭강사님께 다가갔

던 것. 그런데 그 순간 누가 뒤에서 나의 등을 두드리며 애타게 요

청하는 구원의 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옆에 계시던 장원석강사님

께서 나보고 OHP교육을 위해서 부착했던 Screen을 떼어내 달라시는

것. 이미 주위엔 아무도 없었고 나로선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

스크린 부착을 위해서 붙여놓았던 비닐 테이프가 너무 높게 달려있

어서 나로서도 대여섯 번 이상 점프하여 겨우 다 떼어낼 수가 있었

다. 그걸 하느라고 질문을 하지도 못하고 답변을 듣지 못하였던 것

이다.


임시로 빌린 식당에서 수업을 마감하고 짐을 싸서 모두들 야영지로

바삐 이동하는 데, 강사님을 잡고서 질문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 하

지만 그때 그 순간 그렇게 의문을 해결하지 못했던 것이 두고두고

뼈에 사무치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 전문과목 영어라면 아무리 영

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어떤 어려운 영어도 쉽게 풀어 줄 수 있는

데 라고 혼자 생각하면서 그냥 그렇게 얼버무리고 지나갔던 것이

다. 그렇게 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밤을 새워서라도 매달려서 문제

를 그 자리에서 해결했었어야했는데. 결국 사건은 다음날 독도법 실

기시간에 오롯이 표출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하지만 아무리 들어도 이해가 안 되는 곳이 꼭하나 있었다. 진북과

자북 도북을 구분 하여 지도위 자북에서 나침반 긴변과 진행방향을

일치시킨후, 도자각을 보정하기위해 나침반의 각도를 7도 조정하여

고정한 상태에서 지도와 나침반을 들고 몸을 일으켜 세워서 움직이

며 몸 방향을 360도 돌리는 순간 내정신도 360도 돌아버린다. 그래

서 조원형들에게 모르는 것을 물어보았다. 그때 옆에서 묵묵히 듣

고 있던 영숙이누님도 나와 비슷한 상태.


그런데 다행히 응수형과 덕렬이형은 잘 아는 것 같아서 물어보았는

데 몇 번이고 싫은 기색도 없이 질문을 답해 주신다. 하지만 답답

하고 안타깝기만 하고 우리의 의문을 해소해 주시진 못했다. 몇 번

설명하다가 지쳐버린 것 같았다. 우리 둘은 그 형들이 이해시키기

를 포기해버린 상태. 게다가 우리는 목적지가 어딘지 파악도 안된

상태에서 형들이 인도하는 데로 양치기 소년들이 인도하는 어린 양

처럼 빗속을 헤메야만 했던 운명.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 입장이

되어서 설명해 주기가 그렇게도 어려운 모양. 그래서 선생은 아무

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누가 그랬던가?


진북과 자북 도북을 구분 하여 지도위 자북에서 나침반 긴변과 진행

방향을 일치시킨 후 지도를 들고 움직이며 몸 방향을 돌리는 순

간 내정신도 돌아버린다. 결국 그래서 오리엔티어링(orienteering)

작업시 조원들과 단합이 안 되어서 단결된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합심 단결이 안되었다. 오합지졸이 된것. 각자가 강한 부

분을 합하여 시너지(synergy effect) 효과를 내기는커녕 제로섬 효

과(zero sum)가 난 것.


비가 오락가락하는 산속에서 우리들도 오락가락. 정해진 위치를 찾

지도 못하고 성질도 난다. 지독히 덥고 비오는 날씨에 불쾌지수까

지 높아져서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데 비오는 산 속에서 티격

태격하면서 조원들과 삐지기도 하고 다투기도 한다. 지난번 이유록

강사님 등산사 강의때 고산등반에서 동료가 반찬 먼저 먹는다고 엄

청 삐지기도 한다는 말씀이 불현듯 떠오른다. 우리들도 그 작은 조

원들 사이에 패가 갈리기도 하고 기싸움도 만만찮았던 것같다.


비단 이것은 우리 조만의 문제가 아닌 듯. 단 한 조만 정규루트를

통해서 무사귀환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우리조원들은 유

독 성격들이 좋아서 그렇게 삐졌어도 식사시간에는 서로 밥 한술 반

찬 하나 더 먹으라고 양보한다. 그래서 우리는 에베레스트 등반을

같이 가도 될 만큼 호흡이 잘 맞는 명콤비였다고 혼자서 생각해본

다. 하지만 독도법이해가 같이 이루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

다. 왜냐하면 독도법은 종합예술과도 같아서 덕렬이형의 민첩함과

응수형의 노련함뿐만이 아니라 영숙이누님의 섬세함과 나 대희의 영

리함도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오리엔티어링(orienteering) 이란 취지에 맞는 과목이 완성되는 것

이다.


오전 교육후 빗속에서 행동식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떼우고 비가 얇

게 오는 틈을 이용하여 드디어 릿지등반의 진수를 맛보러 간 것. 마

침 비가 안 와서 우리 모두 릿지등반의 묘미와 진수를 맛볼 수 있었

던 것. 장원석 강사님을 비롯한 박봉석 선배님등 여러분께서 후배

의 안전을 위해서 철저히 노력하셨다. 선배기수들의 격려방문에 힘

입어 우리 모두 위험한 릿지등반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 나

는 엄지손가락 등이 조금 까지고 오른쪽 무릎이 약간 삐끗거린 것

말곤 완전히 동지들에게 뒤지지 않고 온전하게 등반을 완료하여 뿌

듯하기가 그지없다.


유독 개인적 사정으로 김경수동기회장이 빠진 자리가 컷었지만 하산

하는 길 그 자리를 부족함 없이 넘치게 메꾸어주는 분이 있었으니

김희숙총무님. 하산도중에 윗도리를 벗어놓고 오다가 발견된 혜경이

누님. 그 옷을 주워다 주는 오라버니 동기애. 요리솜씨 대단하다는

말씀만 들어도 군침이 꼴깍. 미리 준비해오신 40인분 팥빙수 맛은

어린시절 한여름 목마를 때 마셨던 바로 그맛. 중간중간 인원점검

에 복장불량자 점검에 이르기까지 선두에서 지휘하시는 모습이 당차

고 대범하다.


몸뚱아리는 크지 않아도 당차고 대범하여 그 모습이 잔다르크를 연

상시킬 정도. 혹시 이대로 자리굳히기 작업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

며 수군대는 오빠동지들의 소리를 총무님은 못 들었을 것. 구령소

리 짜랑짜랑하고 중간중간 인원점검에다가 휴식시간마다 즐거운 노

래자랑시간을 연출기획을 총지휘하시기까지. 아마 바빴으리라. 그

때 나에게 천금같은기회를 주셨던 것. 먹이를 기다리고있었던 날쌘

독수리처럼 나는 윤수일의 노래를 멋들어지게(?) 불렀고 동지들은

엄청난 박수소리를 보내주었던 것. 이때 마침 이 박수소리 때문에

산천초목이 진동하여 나뭇잎 위에 모여있던 빗방울들이 우두둑 떨어

지는 것을 나는 보았다.


하여튼 김희숙 총무님은 만약에 내가 히말라야등반을 간다면 등반대

장으로 모시고 싶은 분. 하산하고 정리운동후 마지막 해산시 강사님

께 경례붙이기까지 완벽한 조직의 리더로서 존경을 한 몸에 받으셨

다. 해산구령소리와 함게 나의 몸은 무너지기 시작. 그때 마침 오랜

만에 전화온 친구 때문에 응수형이나 희숙이누님과 카풀하여 돌아오

기로 했던 약속을 못 지켜서 너무 죄송. 삭신이 쑤시고 온몸이 산

산히 부셔져서 이름없는 돌맹이가 되는 것 같지만 기분은 뿌듯하고

나 자신이 한없이 자랑스럽다. 드디어 약골 1번 교육생 조대희 3주

차 완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