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대장과 홍성택(洪成澤·39·대한논리속독) 오희준(吳熙俊 ·35·영천산악회) 정찬일(鄭贊一·25·용인대 2005년 졸업) 대원으로 구성된 4명의 북극점 원정대(주최 동국대학교 박영석세계탐험협회, 후원 노스페이스 엔씨소프트 LG화재 동아일보 SBS)는 5월1일 오전 4시45분(그리니치표준시·GMT 4월30일 19시45분) 지구의 맨 위 꼭지점인 북위 90도 북극점에 우뚝 섰다.


이는 지난 3월 9일 오전 1시30분(GMT 3월8일 16시30분) 캐나다 누나부트주 워드헌트섬(북위 83도9.09분)을 출발한지 53일 3시간15분 만의 일이다.
원정대는 54일 동안 영하 55도의 혹한과 초속 14m 이상의 눈보라를 동반한 블리자드 속에서 얼음이 부딪혀 생긴 송곳 같은 얼음산인 난빙에 막히고 얼음이 쩍 갈라져 시커먼 바닷물이 드러난 리드에 빠지는 온갖 어려움을 헤치고 끝내 목표지인 북극점에 도달했다.

출발점인 워드헌트섬에서부터 북극점까지의 직선거리는 772.12㎞이나 난빙과 리드의 방해로 거의 매번 운행마다 우회를 해야 했고 조류와 바람으로 딛고 있는 얼음이 남쪽으로 밀려난 까닭에 실제 도보 거리는 2000㎞에 달했다.

박영석 대장은 이번 북극점 원정 성공으로 세계 최초로 산악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산악그랜드슬램이란 히말라야 8000m 이상 고봉 14좌와 세계 7대륙봉 완등, 여기에 남북극과 에베레스트를 일컫는 지구 3극점 도달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을 말한다.

히말라야 8000m 이상 14좌를 세계 최초로 달성한 세계 산악계의 신화적 존재인 라인홀트 메스너(이탈리아) 조차도 마지막 남은 과업인 북극점에 3차례나 도전했다가 실패, 산악그랜드슬램은 영원히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박영석대장은 지난 93년 5월 16일 에베레스트(해발 8850m)를 무산소 등정한 것을 시작으로 2001년7월22일 K2(8611m)에 올라 8년2개월 여 만에 아시아 최초, 세계 8번째로 14좌를 완등했다. 박씨는 여기서 머물지 않고 2002년 11월25일 남극대륙 최고봉 빈슨 매시프(4897m) 정상을 밟아 세계 7대륙봉 완등을 기록했다.


박영석대장은 2003년 첫 극지 도전인 북극원정에서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이듬해인 2004년 1월12일 남극점을 무지원 도보탐험 최단기록(44일)을 세우며 밟은 뒤 여세를 몰아 이번 북극점 원정에 성공, 마침내 세계 탐험사에 신기원을 이뤘다. 박씨는 이번 원정을 준비하며 그 동안의 실패와 성공을 경험으로 노스페이스 디자인팀과 여러 번의 필드 테스트를 거치면서 극지탐험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의류 및 신발 등의 탐험 장비들을 특별 제작 사용하여 등반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박영석대장은 “정말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이를 악물고 전진해서 해냈다. 인류 최초의 산악그랜드슬램을 한국인이 해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어려움에 고통 받는 국민들도 우리들을 보고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원정대는 경비행기편으로 캐나다 레졸루트로 이동한 뒤 이달 중순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