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오늘 오전까지 계속 비가 내리더니 오후가 되면서 개이기 시작한다.
2주차 교육을 위해 시민운동장 동문에서 출발해 청송으로 향했다.
먼 길을 꼬불꼬불 돌아가는데 많이 어지럽고 속이 거북해서 혼났다. 동해 쪽으로 가면 잘 보이지는 않겠지만 밤바다도 보면서 휴게소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었었다...
어두워서 어디로 왔는지는 통~~ 모르겠고... 어쨌든 청송에는 도착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높은 인공빙벽이다.
- 야간 조명아래 청송 인공빙벽. 뒤에 둥근 달이 떠 있다.
얼음골 빙벽은 지난 98년 청송군청이 관광자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수중 모터를 이용 62m높이의 탕건봉 수직벽 정상에 설치한 전국에서 가장 거대한 빙장이다. 야간 조명 불빛에 쳐다만 봐도 위압감이 든다.
깔끔하게 정리되어져 있는 수부정앞 공터에 배낭을 내리고 각조별로 점검용 텐트를 치고(물론 잠은 비박이고 텐트에는 배낭이 들어가 하룻밤을 잤다.)
- 4조의 번데기(침낭)를 위하여~~~
우리 4조는 된장국으로 저녁을 해 먹었다. 장소가 넓어서 그런지 편안하게 앉아서 먹을 수 있었다. 간단한 산 노래 몇 곡 배우고 저녁자유시간이다.
대등 선배님들이 준비해준 과메기로 웃음꽃을 피우며 맛있게 먹었다.
취침시간.
침낭에 들어가 누우니 여전히 잠은 안 온다. 따뜻한 방만 편안하다는 생각이 산에 다니면서는 비박도 꽤 괜찮은 잠자리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얼굴만 내밀고 내일 올라야 할 빙벽과 둥근 보름달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마음이 고요하게 가라앉는다.
새벽까지 야등 하는 사람들의 얼음찍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5시 기상...
새벽3시 넘어서 겨우 잠들어서 깊은 잠에 빠질려고 하는데 일어나야 한다.
10분 늦은 기상에 집합도 늦어서 기합을 한 차례 받고 김봉중강사님 따라 구보를 시작했다.
등산학교 교육 중에만 할 수 있는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 ‘새벽구보’다. 평소에는 절대 내 스스로 할 수 없고 아예 엄두도 내지 않는 일이다.
오늘 구보는 인터벌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으로 했다. 해외원정 나가거나 운동선수들은 반드시 하는 운동이다. 처음엔 천천히 걷다가 빠르게 걷다가 전력질주로 달려 나간다.
여러 차례 반복하니 숨이 턱턱 막힌다. 헥헥 거리며 몇 걸음 걷고 나면 다시 뛰어!! 외치신다.
가로등과 계곡의 얼음만 눈에 들어오는 새벽거리...
힘들어도 이런 시간들이 그냥 좋다~~~
찬바람 맞으며 시작한 구보는 땀이 나기 시작하고 몸이 풀리기 시작한다.
마무리 스트레칭도 확실히 하고 돌아오니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21기 동기들은 이번주도 등산학교 동문님들의 배려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아침정리를 한 후 교육장소로 이동. 앞에 보이는 저 넓고 높은 벽에 내가 오른다고?
긴장된다.
조금은 길이가 낮은 곳에 교육용 자일이 깔려있다. 우리가 아침 먹을 동안 강사님들은 렌턴켜고 작업하셨다.
작은 배낭을 메고 각조별로 등반이 시작된다. 바로 앞에서 보는 것 하고 직접 오르는 것도 상당한 차이가 있고 고도감도 상당하다.
두 번째 교육장소인 청송빙벽에서 첫 얼음을 찍었다.
느낌이 좋다. 생각보단 가볍게 올랐다.
머릿속엔 맴도는데 배운 대로 자세는 안 되지만 올라간다는 자체가 즐겁다.
바일을 찍을 때 안정되게 한 번에 찍히면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번갈아 가며 한 번씩 다른 코스로 이동하며 등반을 했다.
- 바일들의 반란~~~
점심시간에는 간단히 라면과 오뎅을 먹고 오후 등반이다.
선등서는 방법과 스크류 설치 설명을 듣고난 후
먼저 차진철님의 N바디와, 윤철호 강사님의 X바디 시범이 있었다. N바디는 X바디보다 속도가 더 빠르고 체력소모도 적은 동작이다. 두분의 고수 시범을 보고 교육생들의 등반이 시작됐다.
교육코스 중 가장 긴 코스이다. 근데 오후가 되면서 얼음이 점점 녹아가고 있어서 물이 많이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일단 올라는 가봐야지...
- 수많은 자일들...
힘들게 끙끙거리며 오르는데 이정열 강사님 자꾸만 부르신다. 그곳에서는 이런 자세를... 다음에는 어떤 자세를... 힘들어 죽겠구만 왜 자꾸 부르시는거여~~~ㅋㅋ
중간쯤 오르면서는 물이 점점 더 많다. 비가 오듯 떨어지고, 위로 쳐다보기에도 조금 힘들다. 장갑은 벌써 흠뻑 젖었다. 얼음은 푸석하고 얇아서 바일이 잘 찍히지도 않았다. 속도가 느려진다...
하는 수 없이 아쉽지만 중간에서 내려왔다.
내려온 뒤 바로 훈련부장님의 자일회수 명령이 떨어진다. 윤철호 강사님 자일 회수 하러 올라가시고(물 떨어지면 싫은데 하시면서...).
다른 코스에서 몇 명이 더 올라가고 모두 종료다.
몇 개나 되는 자일 모두 회수하려면 한 시간이나 걸린단다. 강사님들 장비회수 할 동안 등반에 관한 소감 한 마디씩 했다. 즐거웠다는 것과 체력보강을 해야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고... 암벽처럼 빙벽도 루트 파인딩이 중요한 것 같다. 내려와서 보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곳인데도 벽에 서면 아찔한 생각밖에 안 든다.
마지막으로 강사님들 모두 내려오시고 마무리 스트레칭을 했다.
PT체조 50개로 단체 벌칙도 끝!!!
목소리 불량. 교육 불량...등등으로 아침부터 하루 동안 PT체조 많이 해서 등반한 에너지 만큼이나 벌칙과 새벽 구보도 많이 했다.
장비를 차에 싣고 개인차량으로 온 사람들 먼저 출발하고 17:50분 버스가 출발.
대구 시민운동장에 도착하니 20:15분이다.
2주차도 모두 무사히 교육을 마쳤다. 남은 교육이 기다려진다.
몇 일전에 금강산에도 눈이 조금 내렸다는데... 눈 내린 금강산이 빨리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