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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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 2006/08/01 17:53:26, 조회수:3660 )
이름  

이상승 (sang121234)

제목  

황룡사에서(대구 대평산악회)카페 개설을 축하하며



황룡사에서/이상승


산문을 들어서자 철이 무색하리만치 서늘한 냉기가 감돈다. 아침부터 질척거리던 비는 소나기로 변해 세차게 숲을 후려치더니, 어느 사이 시뻘건 탁류로 모습을 바꿔 계곡을 넘실대며 흐른다. 절을 끼고 우뚝우뚝 서있는 잣나무가 비를 맞아 '후두둑 후두둑' 비명소리를 내지른다.

나무의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산은 말이 없고, 뿌연 안개 속에 목탁 소리 은은히 들려온다. 나도 모르게 걸음을 빨리하여 대웅전에 이르러 안을 드려다 보니, 스님은 꼿꼿한 자세로 경을 외우고 노 보살이 절을 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도 처연하여 외경심이 절로 든다.

불당 위 타오르던 향은 한 가닥 연기로 화하여 코끝을 스치고는 흩어진다. 저 노파 절하는 모습이 서릿발 같구나. 팔랑이던 촛불은 제 몸 다 태워 가물가물 거리는데 원을 비는 수그림은 그칠 줄을 모른다. 일각, 이각, 시간이 흘러 염불이 끝이 났다. 목탁소리 그치고 스님이 조용조용 문을 나가자, 미소 짓는 석가여래만 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저 늙은이 염원이 무엇인가? 저승 간 영감님의 극락왕생을 비는 걸까? 아니면 손이 귀한 집안에 옥동자 하나 점지해 달라고 관세음보살 치맛자락이라도 잡아당기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젊은 나이에 비명횡사한 자식의 영혼을 달래는 중일까? 그 비장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나무 관세음보살.

절을 한 바퀴 돌아본다. 근자에 지은 것이라 별로 볼품이 없고, 치장 역시 신통치 않다. 대웅전 벽에는 여느 사찰과 다름없이 탱화가 그려져 있는데, 흔한 심우도가 아닌 드문드문 보는 팔상도이다.

그림 속에는 세존이 코끼리를 타고 현세로 내려와 마야 부인의 몸으로 들어가 잉태를 하고, 출산 때는 옆구리로 빠져 나와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는 장면이 보인다. 또, 성 밖의 늙은 병자를 보고 출가를 결심한 후 설산으로 가, 육년 고행 끝에 제행무상의 진리를 깨치고, 녹야원에서 다섯 명의 제자를 받아 들여 설법을 한다.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용맹정진을 당부하고, 사라쌍수 밑에서 조용히 열반에 드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몇 발짝 사이에 인생 전부를 조망하고 나니, 삶 자체가 부질없는 일 같이 느껴지는구나. 그림이 말하고자 한 것은 보이는 것 모두가 뜬 거품이요, 실체 없는 그림자이니, 헛됨과 삿됨을 버리고 마음을 깨달으라는 말일게다. 그러나 가르침대로 살아갈 수도 없거니와 간사한 이 마음이 잠시도 허락할 리가 없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허리를 굽히고, 귀를 간 지르는 소리에 고개를 주억거리니, 어찌 속을 떠날 수가 있으랴. 진솔한 내면을 드러내는 글쓰기조차 남에게 보이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연유이니 더 말해 무엇 하리오. 마음을 방하착(放下着)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줄을 깨닫는 요즘이다. 저 팔상도의 석가처럼 자리를 박차고 나가, 활연대오 할 수 있는 날이 몇 번째의 생에서 가능할까? 아마 수없는 윤회를 거쳐야 그 터럭이라도 겨우 만져 볼 수 있겠지.

뒤 계단을 올라서니 삼성각 앞 연잎은 비에 젖어 아래로 처져 있고, 단위에 산신인 듯한 백발노인 홀로 법당을 지킨다. 그 수염이 너무 희고 고와 한동안 바라보니, 그림 속의 저 노인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자 좌우에 시립한 호위나찰들이 나를 노려보며 “무엄한 놈 물러 가거라.” 하는 것 같아 문을 닫고 뒤 돌아 서니, 머구 잎에 앉아 있던 청개구리 한 마리가 깜짝 놀라 뜰로 뛰어 내리더니, 낯선 이의 눈치를 살피기에 바쁘다. 오~ 너여, 참 미안하구나.

그 모습을 보니 사설시조 <두꺼비 파리를 물고 두엄 위에 치달아 앉아/ 건너 산 바라보니 백송골이 떠 있거늘/가슴이 선뜻하여 풀쩍 뛰어내리다가 두엄 아래 자빠져버렸구나./마침 나였기 망정이지 피멍 들 뻔하였다.>라는 구절이 문득 떠오른다. 저 놈이 날보고 놀란 마음도 그러 하리라.

인적은 끊기었고 물소리만 요란한데 간간이 이름 모를 산새소리 들린다. 소나기가 이슬비로 변하더니 추적추적 비는 내리고 젖은 몸이 떨려온다. 슬그머니 배속에서 술 벌레가 고개를 쳐든다. 수통 속에 부어둔 소주를 꺼내 컵에 따라 한잔 마셔본다. 스님이 본들 물을 마시는 줄 알리라. 그러자 홀연히 허공 어디선가 호통소리가 들리어 온다.

“네 이 고약한 놈 같으니라고. 신성한 절간에서 술을 마시다니.”
“아닙니다. 부처님 이건 술이 아니라 곡차입니다.”

능청스럽게 둘러대는 자신을 돌아보며, 실없는 웃음을 지어 본다. 이 나이가 되도룩 내면을 관(觀)하고 다스린 마음이 고작 이 정도이니, 역시 나는 소인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가 보다. 배낭을 둘러메니, 멀리서 눈을 반짝이던 그 청개구리 지레 겁을 먹고 두세 번 도약하더니, 도랑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녀석의 피신에 놀라, 씀바귀 잎에 앉았던 방아깨비 한 쌍마저 덩달아 뛰면서 풀잎 속으로 몸을 감춘다. 아무래도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닌가 보다.

산 밑에는 지금쯤, 같이 온 일행들이 찌지고 볶고 난리를 치겠지. 어서 가서 그들과 시시덕거리는 것이, 부처님 흉내내기보다 훨씬 나으리라. 절문을 나서며 뒤돌아보니 아직도 저 노파 절을 하고 있네. 그 지극정성에 온몸으로 강한 전류가 흐르는 듯하다. 마침, 뜰에 홀로 서있던 돌부처가 저만큼에서 내려다보며, 내게 마음 다스려 성불하라고 귀띔을 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다음에 차차 하지요." 멀리서 산꿩 우는 소리가 들린다.




--- 민주지산을 갔다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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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 드립니다. 대평산악회가 카페 개설을 했습니다. 오셔서 구경을 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대구 등산학교 정규 44기 암벽 12기 동계12 13기를 수료 하였습니다. 대평에는 등산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 오시는 길은 <다음 카페>에 오셔서 검색란에 <대구대평산악회>를 치시면 됩니다. 카페주인은 김환길 님이고 저는 딴지라는 닉네임으로 운영자를 맡고 있습니다. 산행은 매월 두째주이고 대구 시내 전지역을 대상으로 회원을 받아 들이며 차를 운행합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바로가기> 바람부는 날이면

http://cafe.daum.net/ddanjid
위는 제 개인 카페입니다. 오실분은 마우스를 영문자에 대고 클릭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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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 가장 강한 사람 박종숙 2006/08/0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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