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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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 2012/04/02 09:50:10, 조회수:1724 )
이름  

황원봉 (bong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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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RE] 팔공산의 초야(初夜)-87기 1주차 교육후기

글을 읽다가 가슴이 찌러러 합니다
올해나이 쉰하나. 많지도 않은 나이지만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저도 조금 굴곡이 있었지요...ㅎㅎ
이제 혼자서라도 휭하니 떠나볼려고 시작은 하였는데.
솔직이 초야를 치르고 나서 걱정이 앞섭니다..
22년만에 처음으로 맨 배낭. 떨어지지않는 발걸음, 숨도쉬기 어려운 숨가쁨 등등
저보다 더 많으신 형님들도 잘들하시는 산행을, 최고의 저질체력으로 등록됐습니다.
저때문에 혹여 문제라도 생길까 걱정이 앞섭니다 쩝쩝.(죄송합니다)
자우지간 이제 시작됐는데 저질체력 이라도 끝까지 가볼 생각입니다.. 대등 87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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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멋있는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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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의 수선화도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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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야(初夜).
>>그건 참으로 특별한 경험이었다.
>>어느 시절은 매 주말 찾기도 하였고, 또 좀 게으른 때에도 한 달에 한번정도는 찾았다.
>>그러나 함께 잠을 자본적은 없었다.
>>야간산행.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안전지향적인 삶을 살던 내게는 좀 특별한 경험이었다.
>>거의 두 시간을 집결지에서 선착순으로 달리고 오리걸음을 한 후 팔공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때죽나무와 소나무가 말없이 서있는 탑골을 지나 깔딱고개 230개 나무계단을 올랐다.
>>경사가 심해 올라가면 숨이 깔딱깔딱 넘어간다고 이름 붙여진 깔딱고개, 맨 몸으로 걸어 올라도 숨이 찬데 하루전날 구입한 65리터 배낭의 짐무게도 만만찮아 숨이 가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삶의 무게가 버거울 때가 오늘 뿐이던가? 40대 후반에 생전처음 병원생활을 할 때도, 또 그로 인해 25년의 직장생활을 그만둘 때도 가족부양의 짐의 무게는 만만찮았다.
>>벽시계가 걸린 상상골을 지나 우측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올라갔다. 아마도 염불암 진입도로옆을 지나는 것 같았다. 이틀간 대구에 내린 비로 제법 물이 흘러가는 계곡을 마침내 건넜다.
>>계곡옆 포장도로를 가로질러 현 위치를 알리는 이정표 No 087-05옆 산길로 진입했다.
>>염불암 포장도로와 양진암 사이의 산길이었다. 마침내 야영할 지점을 찾았다.
>>꽃샘추위로 찬바람이 몹시 심하게 불고 밤이 늦은데다가 낯선 텐트였다. 어려움속에서도 모두 손을 맞춰 조별로 열심히 텐트를 치고 침낭을 펼쳤다. 큰 애가 중학교 들어갈 때 구입한 침낭이었다. 그 아이가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에 복학했으니 10년 전의 침낭이었다.
>>10년 전에 처음 부모 품을 떠나 침낭 속에서 잠을 청한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며 잠을 지샜을까?
>>밤바람이 몹시 불어 텐트위에 친 플라이가 펄럭이는 소리가 컸다. 폰에 저장한 기록을 보니 높이 663m지점이다. 내일최저기온이 2℃라고 일기예보를 들었다. 100m당 평균 -0.7℃씩 떨어지니 시내보다는 이미 4~5도가 낮을 것인데다가 찬바람이 세차게 부니 분명 이 밤은 영하의 온도가 될 것이다. 바깥 수통에 담긴 물이 내일 아침에는 얼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휴대용 나침반과 온도계가 있으나 소등중이라 보지 않았다.
>>새벽 한시에 비상이 걸렸다. 추운데다가 또 한 번 비상이 더 있을 거라 하니 별로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을 못 이루고 팔공산의 거친 숨소리를 들었다. 얼마 전 수태골에서 본 새끼 멧돼지 두 마리가 생각났다. 두 번이나 마주쳐서 내 폰에 사진까지 촬영되었던 그 멧돼지들은 지금쯤 어디에서 자며 얼마나 컸을까? 공부하다가 새벽 2시가 넘어야 잠을 자는 고3딸아이도 지금쯤 잠자리에 들었는지 걱정이 된다.
>>새벽4시가 되니 삐이―,삐이―하고 새소리가 울린다. 무슨 새일까. 내가팔공산에서 본 새는 기본적으로 까치, 까마귀, 멧비둘기를 제외하고 박새, 곤줄박이, 딱새, 쇠딱다구리, 오색딱따구리였다. 같은 새라도 울음소리를 다르게 내는 경우도 있어 소리만으로는 감별할 수가 없다. 새 관찰을 위해서 망원경을 꼭 하나 갖추고 싶지만 비용이 비싸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같이 잠든 조원들의 숨소리를 들으며 홀로 깨어 있으니 쓸쓸한 생각이 든다. 대구출신의 시인 정호승의 ‘수선화에게’란 시가 생각났다
>>울지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그리하여 마침내 새벽6시, 기상소리와 함께 팔공산과의 초야는 끝났다. 추위속에 나온 텐트밖에는 생강나무, 서어나무, 소나무들이 나목으로 함께 밤을 지새고 있었다. 다음날도 꽃샘추위는 여전하여 팔공산은 속내를 잘 보여주질 않았다. 추위 속에 강의가 끝나고 다시 산행이 시작되었다. 교육효과로 정돈 된 배낭이지만 텐트까지 넣어서 배낭무게와 키는 훨씬 커졌다.
>> 혹시 무릎의 반월상 연골판을 상하게 할까봐 하산 길은 조심하여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집결지에 도착했다. 해냈다는 성취감이 든다. 봄날은 더디게 오고 팔공산의 초야는 그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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