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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니 제 코끗이 찡합니다.
동기야 힘내라..동기야 힘내라 함께한 동기들의 고함소리처럼
박태칠 선생님! 앞으로 어떤 커다란 벽이 우리앞을 가로 막아도
함께 힘내고 살아요..
후기 너무 너무 잘 읽었습니다.
>드디어 수태 골 암벽 앞에 섰다. 경사도가 45°라고 했던가? 그런데 거의 수직 벽이다. 앞이 깜깜하다. 언제부터였던가? 하얀 수직의 벽이 이렇게 막막함을 주었을 때가.
> 40대 후반에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 바라본 병실의 하얀 벽. 찌그러진 냄비에 쌀 한 되를 담아 대도시에 도착했을 때, 수직으로 서 있던 하얀 빌딩의 건물들. 수직의 흰 벽은 내게는 절망의 상징처럼 각인되어 있었다.
> 그래 부딪혀보자. 어쨌든 그 하얀 절망의 벽과 부딪히며 지금까지 살아오지 않았던가. 조별로 길게 늘어진 자일 앞에 서니 손에 땀이 났다. 앞사람이 매듭을 하는 중에도 나는 그 절벽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슬랩이라고 했던가. 저 절벽을. 형광등 전구를 교체하려고 사다리에 올라서도 어지러운데……. 차라리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말하고 포기할까 하는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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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m지점에 거연천석(居然泉石)이라는 한문이 보였다. 샘과 돌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머무른다는 말인가? 아니면 물과 바위처럼 자연이 되어 산다는 뜻인가? 그리고 서석지(徐錫止)라는 이름도 보인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대구의 서예가로 석재 서병오선생이나 죽농 서동균 같은 달성 서씨 들이 있지만 서석지라는 성함은 난생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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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자일이 내려왔다. 이젠 어쩔수 없다.안전벨트에 자일을 묶고 오르려고 했지만 발은 자꾸만 미끄러졌다. 그렇게 바둥거리기를 한참하다 보니 기운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때 자일에서 힘이 조금 들어오더니 몸을 약간 당겨준다. 고맙다. 이어서 미끄러지면 당기고, 어쩌다 한발이 올라서면 희열을 느끼며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담쟁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
> 한 20m되려나. 마침내 일차 목적지에 올랐다. 내려 갈때는 자일을 몸에 걸고 내려가는 현수하강을 했다. 마침내 안착. 땅바닥이 이렇게 평안한 줄을 미처 몰랐다.
>
> 오후에는 가마득하게 보이는 꼭대기 지점으로 올라간다고 한다.올려다 보기만해도 현기증이 나는 저곳을 오른다고? 우리 23층 아파트 곡대기만한 저 높이를 정말로 올라간다는 말인가? 점심을 먹는데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다행히 오후 첫번째 등반은 오전과 마찬가지로 일차 목표지점까지 올라갔다가 하강기를 이용하여 하강하였다. 그건 오전 처음등반보다 훨씬 수월하였다.
>
> 마침내 세 번째 암벽등반, 일차 목표지점에 도달하니 내려가지 말고 꼭대기 까지 올라가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위를 보니 먼저 올라간 조원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차라리 내려가고 싶었다. 멋모르고 두번째에 줄을 선 것이 후회스럽다.한숨을 길게 쉬다가 하는 수 없이 암벽에 붙었다. 발이 계속 미끄러졌다. 한참을 미끄러지며 용을 쓰다가 지치니 마침내 한번 쉬었다가 올라가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오르는데 또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
>“이번에 못 올라가면 다시는 저곳을 못 올라갈지도 모릅니다”.
> 못미더워 같이 등반을 해주는 김수일 강사님의 말씀이 힘을 갖게 해주었다. 그렇다. 일기일회(一期一會)다. 어차피 모든 것은 인생에서 한번뿐인 기회다. 미끄러지며 나는 암벽에 다시 붙었다.
>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나는 담쟁이가 되어 조금씩 올라갔다.마침내 목표지점에 도착했다. 허리에 찬 확보 줄을 걸었다. 안도의 한숨이 길게 나왔다.해냈다. 평생 바라보고만 지나갔을 지점을 나의 두 손과 두발만으로 오른 것이다. 저 아래에 동기들이 아득하게 보인다. 뭔가 외치는 소리도 반복하여 들린다.
>“동기야. 힘내라!”
>그래 힘내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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