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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 2012/04/09 23:24:42, 조회수:2407 )
이름  

윤민희 (gasa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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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RE] 길위의 인생 - 87기3주차 독도법 실습후기


정말 우리는 인생의 어느 위치에 있는걸까요?
인생의 나침반이 있으면 잘 맞추어 그 길로 가고 싶습니다.
매일매일 선택을 해야하고 나의 선택이 나의 아픔뿐 아니라
다른이에게 아픔으로 닿을수 있다는것...참 어렵네요
전 내일이면 어쩜 너무나도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일이 생길거 같습니다. 자의는 아니지만 다른이를 많이 아프게 할수도 있을거 같습니다.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아직 결정을 못한 상태이지만
맘이 너무 아프고 자꾸 눈물이 나서..오늘 회식을 하면서 일부러 더 크게 노래부르고 더 크게 박수치고 더 크게 웃었지만...
우리가 독도법을 통해 현재 위치를 알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알수 있듯이 저의 선택도 정확한 방향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의 독도법도 누군가가 강의를 해주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이어져 있다. 갈림길만 나오면 선택을 해야했다. 오늘의 내가 선 자리도 과거의 내가 선택한 결과의 좌표였다. 때때로 나는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그때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 첫 번째 컨트롤마크는 쉽게 찾았다. 나침반을 이용하여 찾아야 했지만 아는 길이었다. 깔딱 고개 정상쯤에 있을 거란 짐작이 맞아 들었다. 같은 조원 중에는 지도정치를 하고 나침반으로 방향을 찾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숨을 깔딱거리며 무작정 깔딱고개 정상으로 올라갔다. 마침내 정상에서 첫 번째 컨트롤마크를 찾았다. 우리는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해적두목 실버선장이 보물을 발견한 기쁨이 이보다 더할까?
> 독도법실습 첫 번째 과제, 나침반을 이용하여 지도상의 세 개의 목표물을 오전 11시까지 찾는 것이었다. 첫 번째 목표물을 너무 쉽게 발견한 탓인지 우리는 흥분하여 두 번째 목표물을 찾아 나섰다. 상상골을 지나 두개의 작은 능선을 더 통과 하여야 했지만, 우리는 첫 번째 능선의 서쪽 사면을 올라갔다. 지도의 지형에 익숙지 않은 탓도 있지만 너무 쉽게 첫 목표물을 찾은 것이 쉬운 결정을 내리게 하였다. 결국 능선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래도 미련을 못 버린 우리 조는 두 사람씩 편을 갈라 아래 위를 조사해보기로 했다. 나는 아래쪽으로 가다가 강사님을 만났고, 자세한 설명을 듣고서야 우리가 너무 서두른 것을 알았다. 올라간 조원과 다시 합류한 우리는 이번에는 좀 더 신중해졌고 마침내 두 번째 목표물도 찾아냈다.
> 이제 남은 목표물은 단 하나, 마지막 목표물이자 집결지인 그곳을 가기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방향을 확인한 우리는 능성 따라 돌아가기를 포기하고 목표물을 향해 바로 일직선으로 나아갔다. 계곡을 건너고 급경사를 올라갔다. 체력이 가장 떨어지는 나였지만 그 방법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순수등반을 추구하는 것이 ‘알피니즘’이라면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머메리즘’이라 하였던가?
> 그러고 보면 지나온 삶도 머메리즘적인 삶이었던 것 같다. 시골에서도 셋방을 전전하며 조반석죽(朝飯夕粥)의 삶을 살았으니 어찌 그 인생길이 평탄 하였을까? 둘러가고 평탄한 길을 찾기에는 시간도 없었고 가진 것도 없었다. 이제는 좀 즐기며 사는 방법을 선택하고 싶지만 오늘은 어쩔수 없다.
> 다리 다친 고라니처럼 힘겹게 산을 오르던 내 귀에 “찾았다.”하는 소리가 들렸다. 앞서 올라간 조원이 마지막 컨트롤 마크를 찾았던 것이다. 마침내 우리1조는 정해진 시간에 목표물 세 개를 다 찾았다. 조장으로서 나는 아무런 역할을 못하였지만 판단력 빠르고 부지런한 조원들 덕택이었다. 모두 고맙다.
> 오후에는 조별로 선두를 바꿔가며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 나갔다. 맨 먼저 우리1조가 선두라서 내가 제일 선두에 섰다. 평소 길 맹(盲)이라고 자부 할 정도로 공간적인 판단력이 부실한 내가 어쩌다 제일 선두에 서게 되었다. 살다보면 이런 우스운 선택도 있는 모양이다.
> 맨 앞에 가니 갈림길마다 고민이 된다. 제일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내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야할 방향을 파악하고 나의 보행속도에 맞추어 갈림길이 나올 지점을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 지도와 지형지물을 맞춰 보는 능력을 키워야 하니 독도법 실기는 체력과 판단력, 공간감각능력 등을 모두 갖추어야 할 종합 스포츠인 것 같다.
> 선두에 서다보니 모든 것이 새로운 길인 것 같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나의 잘못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인생길과 달리 독도법실습에서는 잘못 가면 되돌아 갈수도 있고 틀리면 열심히 깨우쳐주는 강사님도 있다. 많은 사람이 간 길이라고 해서 내가 가야 할 길은 아니었다. 도종환의 ‘처음 가는길’이란 시가 생각난다.
>
>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 뿐이다.
>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 두려워 마라 두려워 하였지만
> 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
> 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
> 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
> 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 아니다.
> 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
>
> ‘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 아니다/ 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 나는 이 구절을 음미하며 숨을 헐떡이며 올라갔다. 조별로 선두를 바꿔가며 우리는 길을 찾아갔다. 염불암 인근 능선에서 산장으로, 팔공산 스카이라인 승차장을 통해 팔공산 온천 관광호텔로 내려왔다.
> 모든 갈림길은 선택의 연속이었다. 인생의 갈림길에는 나침반이 없지만 길에는 나침반이 있었다. 독도법수업은 산중에서 길을 잃었을 때 생명과도 직결되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실무적인 수업이었다.
>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내 위치를 파악해야 목적지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건 자아를 상실하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교훈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훌륭한 수업이었다. 안경섭 강사님의 열정적인 현장실습강의. 체조를 열심히 가르쳐 주던 관절강사님 장원석 강사님, 우렁찬 목소리의 김성권 강사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 실습날 아침, 텐트 속에서 아침잠이 깨자마자 “똑 또르르, 똑 또르르.” 목탁소리를 내던 쇠딱따구리의 나무쪼던 소리가 지금도 나를 일깨워 준다.
>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침반도 없는 인생의 길 위에서 나는 지금 어디쯤 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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